2021.4.25(일) 맑고 따뜻 그러나 심한 송홧가루
깊은 산속 계곡가의 작은 오두막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바닥 난방을 하여 따뜻하게 자고 7시경 좋은 기분과 컨디션으로 일어났다.
원래는 오늘 걷고자 하는 지리산 둘레길의 마지막 트레일이 약 16 킬로로 제법 거리가 있어 든든하게 아침을 하려고 추어탕을 준비하여 왔으나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인지 크게 식욕이 일지 않아 간단히 햇반을 데워 이것 저것 남은 반찬으로 아침을 하고 휴양림을 나와 이른 아침의 청명한 공기를 가르며 약 50여 킬로 거리의 출발점인 구례군 산동면 사무소를 향하는데 기본적인 날씨는 아주 좋지만 산의 이곳 저곳에서는 바람이 불때 마다 마치 산불이라도 난 것 처럼 송홧가루가 심하게 날리고 있었다.
9시가 채 못된 시각 출발점에 도착하고 오늘은 꼭 챙겨야 할 일이 있어 오랜만에 서울 집에를 가야기에 서둘러 출발을 하여 가끔씩 바람이 불때 만 날리는 송홧가루를 제외하면 완벽한 날씨속에 날로 푸르름이 더해가는 산들을 바라보며 트레일을 따랐다.
그리고 트레일은 만복대에서 서남쪽으로 뻗어내린 견두산의 동쪽 자락을 오르내리며 마을 한가운데 아담한 저수지가 있는 현천 마을과 역시나 작은 저수지와 수령 약 천년의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는 계척 마을을 지난 후에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밤재를 향하는데 중간의 편백 나무 숲 근처에는 작년 수해의 흔적들이 아직도 몇군데에 복구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이 후 11시 40분경 밤재 터널 입구에 다다르고 이후에는 아마도 터널이 생기기 전의 구 도로로 생각되는 길을 따라 밤재 정상에 도달 하니 걸어온 뒷쪽으로는 반야봉과 노고단 종석대 만복대등의 지리산 주능선과 지난주에 넘어온 고리재와 지초봉이 그리고 정면으로는 멀리 북으로 남원 시가지도 일부 보이고 있어 드디어 지리산 둘레길이 끝나감을 실감할 수 있었고 남원시와 구례군의 경계인 밤재를 지난 후에도 얼마 동안은 임도 같은 길을 따르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작은 능선을 넘은 후 주천면으로 들어서 큰 저수지와 상당한 규모의 용궁마을을 거쳐 오후 2시 반경 최종 목적지인 "지리산둘레길 남원 주천 안내센터"에 도착함으로써 2019년 10월에 시작하였던 장정을 1년 반 만에야 끝낼 수 있었다.
비록 와이프는 사정상 3개의 구간(1. 2. 14)은 함께 하지 못하였고 나 또한 일종의 지선 혹은 대체 구간으로 생각되는 몇 구간은 미완이지만 일단은 지리산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온전히 두발로 걸어 연결하였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하이파이브로 서로를 격려하였다.
그리고 우선 바로 옆의 "지리산 칡냉면" 이란 식당에서 시원한 냉면으로 갈증과 약간의 허기를 달래고 미리 불러둔 지난주에 이용한 산동의 택시를 타고 산동면 사무소로 돌아와(요금은 약 15,000원 정도) 차량을 회수 후 교통정체가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이 서울 집을 향하였는데 결과적으로 5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는 길고도 피곤한 집으로 가는 길 이었음에도 마음만은 약간의 성취감으로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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