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한 차례 완료)

지리산둘레길 15코스(10.6킬로, 가탄~송정마을)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1. 4. 19. 20:58

2021.4.10(토) 맑고 포근한 전형적인 봄날씨

어제 저녁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지만 오랜만에 밤 사이에 한번도 깨지 않고 비교적 잘자고 아침 7시경 눈을 뜨니 약간의 숙취가 남아 있음에도 정신적으로 카타르시스가 이루어져서 인지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제 저녁 잔뜩 찌푸렸던 날씨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화창하게 개어 원래 계획하였던 지리산둘레길 15코스를

4주전에 이어 걷기로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리산둘레길 15코스(10.6킬로, 가탄~송정마을)

 

그리고 뜨끈한 샤워 후 아침으로 비비고 죽을 데우는 동안 텐트 앞에서 바라본 피아골 계곡은 봄을 맞아 파스텔 톤의 고운 색감으로 치장한 채 1974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때 이 일대를 야영과 민박을 하면서 여행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였는데 당시는 연곡사가 거의 폐사 직전의 상태로 한명의 스님도 없이 그냥 촌노 한분 만이 쓰러져 가는 건물 한두채를 관리만 하고 있었고 부근에는 참호와 벙커등의 한국전쟁의 생생한 흔적들이 널려 있기도 한 시절이었다. 

간단히 아침 식사 후에는 삶은 계란과 주전부리 그리고 뜨거운 물과 컵라면 등등을 챙겨 피아골 계곡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15 코스의 출발점인 가탄마을을 향하였는데 9시경 화개장터에 이를때 쯤 원래 거리보다 약 1.5 키로 정도 더 길지만 화개천을 따라 올라가고 싶어 화개장터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화개천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이른 아침 야영장에서 나와 피아골과 섬진강변을 따라 화개장터로

 

정면으로 지리산 능선들을 바라보며 4주전과 비교하여 봄기운이 더욱 무르익은 화개천 계곡을 따라 올라 가탄교에 이르고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튼 후 화개십리 벚꽃길을 가로질러 법하마을에 들어서 오르막길을 따라 가며 본격적으로  둘레길에 들어서서 시간을 보니 9시 반경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제의 숙취로 인하여 약간은 힘들고 와이프에게서 아직 입에서 술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지속적으로 오르막을 오르며 약간의 땀도 흘리니 서서히 몸이 제 컨디션을 찾는 느낌이 오고 약 1시간이 지나 오늘 넘어야 할 두개의 고개중 첫번째인 작은재에 올라설 수 있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크게 보이지 않아 한적함 속에서 걸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그리고 작은재 오르기 직전의 휴식터에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같이 온 부자(父子) 트레커를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는데 이들과는 걷는 스피드가 비슷해서인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결국은 오늘의 트레일 내내 함께하게 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따라 그리고 작은재까지........

 

작은재에서 피아골 입구인 기촌마을을 향하는 내리막길은 과거 어렵던 시절에는 밭을 일구었으나 지금은 묵혀져 있는 묵밭이라 불리는 지역을 지나는데 과거 이곳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은 지금 모두들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며 계절은 무심히도 흘러 그곳에는 벌써 어여쁜 철쭉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작은재에서 피아골 입구의 기촌마을까지

 

11시 40분 경에 기춘마을에 다다르고 다시 트레일은 심한 오르막으로 연결되는데 와이프가 조금은 힘들어 하여 가능하면 자주 쉬면서 천천히 고도를 높이자니 지금까지 와는 달리 진행 방향 뒷쪽으로 섬진강의 기막힌 조망이 나타나는데 

하동 화개와 섬진강 건너편 광양 다압을 연결하는 남도대교와 주변의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주 휴식을 취하고 와이프를 격려하며 약 40 여분을 꾸준히 올라 오후 1시 20 분경 오늘의 정점이자 두번째 고개이며 경남 하동군 화개면과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경계이기도 한 이름도 우아한 목아재에 당도하니 그동안의 힘듬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북으로 피아골 계곡 넘어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우리들이 묵고 있는 피아골 오토캠핑장이 있는 원기 마을이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우리도 컵라면과 과일 그리고 간식 등으로 점심 요기를 하며 먼저 도착하여 도시락을 먹고 있던 부자 트레커와 코로나 19의 와중에도 거리두기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살기좋은 곳 중의 하나로 보물섬으로도 불리는 경남 남해에서 왔다고 하여 부럽기도 하였고 특히나 중학교 1학년 이라는 아들이 아주 참하게 보여 딸들 만 둔 나로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고 이미 끝난 일일 지라도 이 또한 약간은 부러운 생각이 듬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화개로 돌아가는 교통편에 대하여 얘기하다가 이들이 보통과는 역으로 차량을 도착점인 송정에 미리 주차를 해 두고 택시를 이용하여 가탄마을로 돌아가 걷게 되었다고 하며 흔쾌히 먼저 자기들도 가는 길이니 화개 장터까지 태워 주겠다고 호의를 보여 주어 고맙게 신세를 지기로 하고 같이 목아재를 출발하여 오늘의 종점을 향하였다.

 

기촌마을에서 목아재까지

 

이 후 산 사면을 따라 가며 한 두번 나타나는 섬진강 조망과 강 건너편의 광양 백운산 줄기의 산 그리메를 벗삼아 걷다가 급격한 내리막길을 따라 그림같은 펜션들과 세컨드 하우스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며 고도를 낮추어 오후 3시경 송정마을 도로변의 트레일 종점에 다다르게 되었고 별다른 수고도 없이 부자의 차량을 얻어 타고 화개 장터에 도착하니 오랜만의 날씨 좋은 주말을 맞아 장터는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부자 트레커에게 고마움의 작별 인사를 전한 후 장터에 들르니 자연산 송이 포자를 이용하여 하우스에서 재배했다는 참송이 라는 이름의 버섯을 파는 곳이 있어 오만원 어치 정도와 한우 고기 그리고 와이프와 내가 공히 좋아하는 두릅순과 엄나무순을 사고 맥주와 소주까지 구입하여 서둘러 야영장으로 돌아와 뜨거운 샤워 후 약간은 신체적인 무리를 느끼지만 연 이틀째 나름 합리화를 하며 한잔의 술과 더불어 자연속에서 이틀째 밤을 보내었다.

 

목아재에서 송정마을까지 트레일을 끝내고 야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