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6(일) 맑음
어제 저녁 캠핑장의 주인장께서 저녁 자리를 함께 하여 예상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어 오늘 아침에는 9시 가까이 되어서야 일어나게 되었고 따라서 서둘러 비비고 인스턴트 죽과 라면으로 아침을 하고 뒷정리 후 오늘의 출발점인 하동호 입구에 도착하니 11시가 되어가고 있는 늦은 시간이고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섬진강 유역인 셈이었다.
하지만 일요일이고 차량이 있으니 시간은 넉넉한 편이라 오늘 걸을 11코스와 다음 12코스의 거리가 9.4 킬로와 16.7 키로로 차이가 너무 많아 다음 구간의 일부인 삼화실에서 서당마을까지의 3.3 키로를 오늘 더 걷는 것이 좋다는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서당마을까지 12.7 킬로를 걷기로 결정하고 청명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 속에 하동댐 뚝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서며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댐 하류에서 부터 전체적으로 횡천강이라 불리는 하동포구에서 섬진강에 합류하는 하천을 따라 청암 체육공원을 지나 청암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벚꽃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봄이면 풍광이 대단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와이프가 하천 옆의 시멘트 포장길에서 아랫배 쪽의 따뜻함을 즐기며 늘어져 있던 흑색의 살모사 종류로 추정되는 뱀을 마주치면서 심히 놀라게 되었고 로드킬을 염려한 나머지 스틱을 이용하여 풀숲으로 돌려보내 줄려는데 역시나 독사의 본색을 드러내며 고개를 쳐들고 대들기도 하여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풀숲으로 보내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헌데 오후에도 명사마을에서 한번 더 이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또한 로드킬을 당한 뱀의 사체도 목격하였는데 아직 이렇게나마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더불어 생명이란 것에 대한 여러가지 상념들도 떠올랐다.
그리고 청암면 소재지에서는 올해 6월 원주 미륵산에서 만났던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어진을 모신 경천묘와 같은 이름의 안내판이 있어 들렸는데 역시나 같은 성격의 사당이었고 또한 옆에는 고려 말 삼은의 한분인 목은 이색 선생을 모신 금남사란 사당도 함께 있었으나 코로나 19 때문인지 역시나 문은 잠겨 있었다.
이후 횡천강을 좌우로 건너며 길은 황금빛으로 물든 벌판을 가로질러 화월 마을과 관점 마을을 거치고 서서히 고도를 높여 돌배로 유명하다는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아름다운 몇개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진 명사 마을을 지나 하동군 청암면과 적량면의 경계를 이루는 존티 고개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마을들을 지나며 보니 수많은 비닐하우스 속에 하얀 꽃을 피운 작물들이 있어 주민분께 물어보니 취나물을 재배중이며 지금을 씨앗을 채취하기 위하여 일부러 꽃을 피울때 까지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하여 이곳 하동군 일대가 재배 취나물의 주요 생산지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내리막길을 따라 풍성한 가을을 상징하듯 누렇게 익어가는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가지가 부러질 것 같은 감나무들로 가득한 과수원을 지나 출발한지 3시간 반 만인 오후 2시 반경 이름도 어여쁜 삼화실 마을에 도착하며 11 코스를 끝내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에 계획한대로 다음 구간의 일부인 서당 마을까지 걷기 위하여 이정 마을을 지나고 버디재에 오른 후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서당 마을을 향하여 내리막길을 가다가 그동안 흔쾌히 자신의 사유지인 밤 과수원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내어준 한 분이 올해 봄 쯤? 그 의사를 철회하여 지리산 둘레길을 관리하는 (사)숲길에서 급히 새로운 길을 만든 지점을 지나게 되었는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둘레길을 걷는 우리 모두가 기본적인 사항들을 잘 지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이 후 일사천리로 내리막을 내려와 오후 4시경 서당 마을에 도착하고 이어서 택시를 불러 이십 수년만에 하동읍으로 나가 섬진강변의 하동송림공원을 찾았는데 택시 비용은 미터 요금으로 11,000을 지불하였다.
가족들과 이곳을 방문한 때가 너무 오래전이라 선명하지 않은 기억속에서도 석양의 섬진강변과 송림숲을 거닐고 크지 않은 하동읍을 도보로 다니며 시장 구경도 하고 시내의 재첩전문 식당에서 재첩 정식으로 저녁도 먹으며 시간을 보낸 후 마침 하동호를 거쳐 청학동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저녁 7시 출발이라 시가지에서 버스를 타도 되지만 여유를 즐기며 새롭게 단장한 하동역도 가보고 그 맞은편의 하동 버스터미날에서 들판 너머로 보이는 읍시가지의 야경도 감상한 후 정감어린 시골 농어촌 버스를 타고 하동호에서 내려 차량을 회수 후 대전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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