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28(토) 흐리다 맑아짐
20대 시절 이후로 아마 처음으로 바닷가에서 야영을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고 아침에 그런대로 잘자고 7시경에 일어나 와이프를 깨우려니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며 조금 더 자겠다고 하여 그대로 두고 나와 해변을 한번 둘러본 후 햇반을 데우는 등등의 아침 준비를 하였다.
날씨는 약간은 흐리나 그런대로 괜찮아 질듯 보였는데 사실 오늘은 이곳 증도의 남쪽 끝인 왕바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서남쪽의 자은도란 섬의 고교 선착장으로 가는 일정이라 두번째 배인 10시 출발의 배를 타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짜증스러워 하는 와이프를 깨워 아침 식사 후 서둘러 정리를 하고 나니 9시경이 되었다.
약 1시간의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멀지 않은 짱둥어 해변과 짱둥어 다리 그리고 우전 해변등의 말그대로 철지난 바닷가를 둘러본 후 섬의 남쪽 끝부분에 위치한 왕바위 선착장에 가서 10시 출발의 자은도 고교 선착장행 배에 올랐는데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배삯이 사람은 일인 천원 차량은 사천원으로 굉장히 싼 느낌이었고 또한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승객들도 거의 없어 텅비다시피 하였다.
이곳 증도가 아시아 최초의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어 배 이름도 슬로우 시티 였는데 뱃전에 서서 생각해 보니 늘 그놈의 시간 때문에 이곳 슬로우 시티에서도 슬로우하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 내년에 은퇴를 하게되면 이라고 속으로 읊조려 보았지만 이또한 내년이 되어 봐야만이라는전제가 붙는다는 생각이 들자 쓴 웃음만이 나왔다.
아무튼 15분여라는 잠깐 사이에 배는 자은도에 다다르고 다시 차량에 올라 이곳에서 야영지로 생각하고 있던 자은도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분계 해수욕장의 야영장에 도착하니 11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해변과 부근의 거대한 해송 군락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여인의 하체 형태를 닮은 여인송이라는 소나무가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태양이 고도를 높이며 날씨가 뜨거워지고 있어 서둘러 조용하다고 생각되는 해변의 소나무 아래에 텐트를 피치하고 안으로 들어가 그늘속에서 내어다 보이는 해변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하였는데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누구도 텐트 설치의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한참의 휴식 후 점심은 간단히 컵라면으로 때우고 오후 두시가 넘어가며 태양이 절정을 지난 후 텐트를 나와 약 두시간에 걸쳐 해수욕장의 우측 바다쪽으로 튀어나와 곶을 이룬 정상인 응암산을 간단히 트레킹하였는데 정상에서는 이곳이 바로 외해(外海)와 연결되는 곳이라 일망무제의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기도 하였으나 다만 한가지 아마 지난 주말에 몰아친 태풍 타파로 인하여서인지 많은 나무들이 부러져 있었고 또한 잎들도 소금기를 머금은 비바람을 맞아서인지 많이 말라죽어가고 있어 아쉬웠다.
다시 야영장으로 돌아온 후 부근의 매점에서 김치전을 곁들여 시원한 막걸리를 한병하고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낙조를 기다렸으나 날씨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썩 훌륭한 낙조는 볼 수 없었고 이후에는 저녁으로 꽁치 김치찌게를 만들어 역시나 한잔의 소주를 곁들여 나름 낭만적인 저녁 시간을 보낸 후 잠을 청하였는데 밤 10시 넘어선 시간에 갑자기 한무리의 중년 남녀들이 텐트 부근의 해변에 나타나 술판과 노래판을 거의 자정까지 벌이는 통에 괴로운 시간이 되기도 하였으나 끝까지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는데 술을 한잔 거나하게 한 나보다는 와이프가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설레미 해변의 아침
짱둥어 다리 부근의 갯벌
짱둥어 해변
증도 왕바위 선착장에서 자은도 고교 선착장까지
자은도 분계해변에서
분계 해변에서 응암산 왕복과 막걸리 한잔
분계 해변 야영장에서의 저녁
철지난 설레미 해변에서
증도에서 자은도로 가는 페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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