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1(토) 맑은 후 천둥 번개와 눈비
어제의 강행군으로 몸은 약간 피곤하였지만 늘 새로움과 함께 하니 모두들 큰 문제 없이 잘 견디고 있고 나 역시 오늘도 혼자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한번 둘러 보았는데 숙소의 위치가 구 시가지의 가운데로 두오모등 여러 명소들과도 가깝워 아주 괜찮게 생각되었다.
오늘은 이번 일정에서 내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곳 카타니아와 타오르미나 중간쯤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인 애트나 화산(Mt Atna, 해발 3350 미터) 탐방 일정인데 나 개인적으로는 정상 등정을 강력히 원하였지만 와이프와 딸은 고산이 처음이라 무서워하고 따라서 적극적인 의사도 없고 무엇보다도 복장과 장비등에서 준비가 미진하여 상황을 보아가며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하고 8시가 조금 넘어 숙소를 나서 구글 맵에 의존하여 애트나 등정의 기점인 사피엔자 산장(Rifugio Sapienza, 해발 1900 미터)을 향하였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자 같은 화산섬인 제주도와 비슷한 풍광들이 나타나며 기생화산들과 검은 화산석 사이로 난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는데 출발 당시에도 약간은 좋지 않던 날씨가 약 1시간이 조금 더 걸려 9시 반경 주차장에 도착하여 인포메이션에서 상황을 알아보는 도중에 서서히 구름이 몰려오며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보아하니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여 나로서는 대단히 아쉽지만 케이블 카를 이용하여 위쪽 케이블카 역인 해발 2500 미터의 피니쉬 포인트(Finish Point)로 가서 부근의 기생화산 정도만 올랐다가 내려오는 걸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결정이 되었고 또한 소급해 생각해보니 삼천미터 초반대의 높이지만 위도가 있으니 4월은 쉽게 등정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좀 이른것 같았다.
10시경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피니쉬 포인트에 도착 후에는 흐려지고 있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상 등정을 목표로 하는 일부 사람들을 태우고 다음 목적지인 "토레 델 필로소포(Torree del Filosofo, 해발 2900 미터)를 향하여 올라가는 엄청난 바퀴의 차량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주변에서 가장 높게 보이는 기생화산의 분화구를 향하는 도중 결국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곳까지 와서 작은 분화구도 보지 못하고 내려갈 수는 없는지라 눈을 맞으며 분화구에 올라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유황냄새와 더불어 흰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의 신비를 보며 분화구를 한바퀴 둘러보는데 갑자기 눈이 우박으로 변하며 더욱 기세가 거세질뿐만 아니라 우박이 정전기를 띠고 있는지 우박을 맞을 때 마다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난생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서둘러 케이블카 역으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엄청난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되며 천지를 울리고 있었다.
또한 천둥과 번개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케이블카의 운행이 정지되어 약 30 여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하행 케이블카에 올랐는데 내려오는 도중에도 천둥과 번개로 잠시 케이블 카가 멈춰서기도 하였고 케이블카의 아래역인 사피엔자 산장 지역도 강풍을 동반한 눈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우선 차량 안에서 젖은 몸을 말리며 시간을 보니 아직 12시 반경밖에 되지않아 가족들에게 어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서 멀지않은 타오르미나를 다시 들르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으니 모두들 너무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는지 카타니아의 숙소로 돌아가 일단 좀 쉬기를 원하여 엄청난 눈비속에서 조심스럽게 차량을 운전하여 카타니아의 숙소로 돌아와 뜨거운 샤워도 하며 휴식을 취하였다.
헌데 나는 돌아오는 길에도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보는데 역시 애트나도 나름 고산이라 해안쪽과는 달리 정상부위는 짙은 구름으로 휩싸여 좀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는 저녁까지도 그러하여 우습고 실없는 얘기지만 마음의 아쉬움이 조금은 덜하였다.
늦은 오후까지도 구름에 휩싸여 있는 애트나 산쪽과는 달리 카타니아 시내는 날씨가 맑고 뜨거워 오후 5시경 숙소를 나와 명소들이 밀집해 있는 중심가의 두오모 광장에서 일인당 5 유로에 관광차를 타고 시내의 여러 명소들을 둘러 보았는데 역시나 주마간산격이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분위기와 고색창연한 옛 유적들이 내뿜는 그윽한 향기만은 느낄려고 노력하였는데 이곳 출신의 유명 작곡가의 이름을 딴 공원인 벨리니 정원과 거대한 성당 그리고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기억에 남았다.
이후에는 멀지 않은 거리의 카타니아 항구쪽으로 가서 방파제를 거닐며 역시나 지중해의 일부인 이오니아해의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맛보기도 하면서 내심으로는 카타니아 시내 너머로 애트나 화산의 멋있는 일몰을 기대하였으나 역시 기대는 기대일뿐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바닷가에서 더위를 식힌 후 다시 시내로 들어와 두오모 광장과 가리발디 문을 잇는 메인 도로인 주세페 가리발디 거리의 주세페 마찌니 광장 모퉁이에 위치한 나름 이름 있는 피자 전문집인 "La Pizzoleria"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과 다양한 피자를 즐기며 카타니아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보내었는데 이곳 네거리도 네 모서리의 건물이 대칭적으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2018년 네팔 트레킹과 이탈리아 및 발칸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시실리(Sicily)로-다섯째날 그리고 바리(Bari)를 향하여 (0) | 2018.07.09 |
---|---|
35.시실리(Sicily)로-네째날 (0) | 2018.07.09 |
33.시실리(Sicily)로-둘째날 (0) | 2018.07.03 |
32.시실리(Sicily)로-첫째날 (0) | 2018.07.02 |
31. 로마 남부 일일투어 (0) | 2018.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