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7(월) 변덕스런 날씨
실질적으로는 오늘이 산에서의 트레킹 첫날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어나 민박집의 부엌으로 가서 우리가 가져간 음식에 주인장의 부인에게서 밥과 채소 복음을 얻어 간단히 아침 식사 후 일인당 50위안에 수유차 등등을 더해 250위안을 숙박비로 지불 후 약속한 8시에 맞추어 밖으로 나가니 두 친구도 이미 나와 마부에게 전화를 하는 등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8시가 조금 지나 3필의 말을 끌고 나타난 니마란 이름의 장족 청년 마부는 굉장히 수줍어하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듯 보였으나 마음씨는 착해보여 안심하고 말에 짐을 싣고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하였다.
오늘의 일정은 해발 3,540미터인 이곳 장나샹을 출발하여 나이간둬춘(乃干多村, 해발 3,700미터)을 경유하여 후피바(虎皮坝, 해발 약 3,900미터)의 야영지까지 인데 시간은 약 6시간 정도로 예상되었다.
첫 트레일의 출발은 마을의 뒷쪽에 있는 산에서 내려오는 강을 따라 상류쪽으로 나 있었는데 비포장의 오프로드 길이었지만 상당한 차량통행의 흔적이 있었고 평탄한 오르막이었으며 지난 밤의 비 때문인지 트레일 바로 옆을 흐르는 강의 수량과 수위가 상당하였다.
잔뜩 찌푸린 날씨로 인하여 별다른 조망은 없었으나 덕분에 따가운 햇살이 없어 걷기에는 오히려 수월하였고 주변의 청보리밭을 위시한 짙은 녹색과 만발한 야생화 그리고 신선한 공기는 한국의 대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 충분하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약 2시간 반정도 진행하여 강변의 아름다운 티벳 마을 나이간둬 마을을 지나는데 돌아오는 마지막 날을 이 마을 부근에서 야영키로 계획하였기에 주변을 눈여겨 보았는데 이곳에서도 새로운 건물 및 도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개발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점심은 행동식으로 하면서 마을을 지나 계속 진행하니 드넓은 초원지대가 나타나며 우측 멀리 흰눈을 머리에 인 꺼니에봉이 모습을 나타내는데 아쉽게도 주위는 구름으로 가득하고 거기에 더해 아름다운 초원지대와 야생화 지대를 보기 흉하게 가로지르는 비포장 도로와 그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서있는 전신주가 옥의 티같이 느껴졌다.
사실 이곳 꺼니에신산은 주봉인 꺼니에봉과 샤자오봉, 커마이롱봉이라는 세개의 거대한 만년설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따라서 트레킹 루트도 수일에서 10여일 이상 걸리는 환상 루트까지 여러가지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루트를 택한 것이었다.
초원지대가 끝날 무렵 트레일은 두갈래로 갈라지고 우리는 우측을 택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후피바와 천년고찰 렁꾸스(冷谷寺)가 위치하고 있는 꺼니에봉과 샤자오봉 사이의 계곡을 목표로 다시 오르막의 트레일을 따랐다.
한굽이 오르막을 넘으니 시원스레 시야가 트이며 후피바로 추정되는 개울가의 초원지대와 눈으로 덮힌 꺼니에봉 아래 금빛 찬란한 지붕을 가진 티벳 사원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사전에 알아온 정보에 나오는 렁꾸스와는 위치와 모양이
달라 마부 니마에게 문의하니 지금 보이는 것은 최근에 새로 건축한 신렁꾸스라고 한다.
한달음에 내리막을 내려가 가을이 되면 주변 수목들에 단풍이 물든 모습이 마치 호랑이 가죽 무늬를 닮아 후피바란
이름을 얻었다는 아름다운 물가 초원에 야영을 하려고 하니 사원의 스님들이 달려와 이제부터는 이곳은 야영금지라고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한다.
망연자실하여 다시한번 얘기해도 요지부동이라 하는 수 없이 사원에 딸린 부속 건물 숙소에 일인 50 위안에 오늘
하루 투숙키로 하고 짐을 내린 후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하여 남은 시간에는 컨디션이 좋지않는 한분을 제외하고 세사람은 이곳에서 다시 3킬로 정도 계곡 깊숙이 위치한
라오렁꾸스(老冷谷寺)를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라오렁꾸스로 가는 길은 짙은 숲과 깍아지른 절벽 그리고 그사이를 큰 소리로 흘러내리는 빙하수 계곡과 더불어 신성한 종교의 분위기로 가득찬 정말로 아름다운 길이었다.
멀리 절벽아래 위태하면서도 아름답게 자리한 사원을 바라보며 가는 길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아 약 50 여분만에 도착하니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우선 비도 피할 겸 사원의 본전으로 생각되는 건물로 올라갔는데 마침 입구에는 책임자 정도로 생각되는 스님이 우산을 받쳐든 채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본전 건물 앞에 아담하게 자리한 자기의 숙소로 안내하였다.
최소한의 의식주를 위한 물건과 기도와 공부에 필요한 것들만 있는 검소한 방안에서 서로가 서툴은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차도 대접받고 한참을 쉬다가 빗줄기가 잦아들기에 스님의 안내로 굳게 잠긴 본전의 문을 열고 참배를 하면서 약간의 시주도 하니 스님의 표정이 환해지는 듯하여 덩덜아 기분도 좋아졌다.
이후에는 사원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한국과는 달리 주변에 민가가 전혀없는 오지에 위치한 다른 티벳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사원 주변에는 스님 개개인들의 숙소이자 일종의 개인 수행처인 작은 움막들이 다닥다닥 모여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이 비어있고 거의 방치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많은 스님들이 산아래의 새로운 사원으로 옮겨가서 생긴 현상으로 생각되었다.
주변의 풍광과 우울한 날씨 그리고 폐허화된 주변 분위기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떠나기가 싫을 정도였고 더구나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고 주변에서 무리지어 풀을 뜯고 있는 야생 산양의 무리까지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매료된 일행중의 한분은 날이 어둑해져서 떠날 무렵 이곳에서 하루 자고 내일 새벽에 내려오겠다고 하여 30 위안에 노스님의 숙소에 하루를 머물기로 하고 나를 포함한 두사람은 혼자남은 일행이 걱정되기도 하여 하는 수 없이 새로 지은 사원으로 하산하였다.
사원의 부속 숙소에는 마침 방안에 나무를 사용하는 난로가 있고 땔감 나무도 넉넉하여 가스 버너가 아니라 난로를 이용하여 저녁을 해 먹은 후 잠을 청하였는데 난로 덕분에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장나샹을 떠나 나이간둬춘까지의 여정 그리고 중간에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야생화들
나이간둬춘에서 후피바 그리고 신렁꾸스까지의 여정
신렁꾸스에서 아름다운 라오렁꾸스 다녀오기
난로로 인해서 한결 포근하게 느껴지는 숙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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