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토) 아침에는 구름 상당하다가 차츰 좋아짐
어제의 상당한 음주로 인하여 이른 아침에 일어나니 약간의 숙취가 남았으나 아주 심하지는 않아 라면을 끓여 햇반과 밑반찬으로 아침을 하고 7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야영장을 떠나 좌측의 득량만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어제 오갔던 길을 달려 79 코스의 출발점인 원등 마을에 다시 서니 7시 40분 경이되었고 이어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후 79 코스를 출발하였다.
처음에 잠깐 차도를 따르던 트레일은 잠시 후 차도를 벗어나 이른 아침 풍광의 간척지 논밭 사잇길을 지나 다시 차도에 올라서고 이후 약 1시간 정도 소등섬 입구 부근에 이르기까지 계속 차도를 따르는데 차량 통행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소등섬은 원래의 남파랑길 코스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이부근에서 상당히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이고 거리 또한 왕복 일 킬로 정도로 멀지 않아 약 30여분의 시간을 할애하여 소등섬을 다녀왔는데 잘한 것 같았다.
이후 약간 내륙으로 들어가 상발마을을 통과하여 다시 바닷가로 나와 정남진 해안도로를 따르다가 해송숲 사이의 쉼터에서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배고파 보이는 개 한 마리와 조우하여 양갱도 한 개 나누어 주기도 하였는데 생명의 애처로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곧 이어서 실로 오랜만에 같은 방향으로 남파랑길을 걷는 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서울에서 오신 나 선생이란 분으로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대화가 계속 이어져 오늘의 일정을 끝까지 함께 하는 인연을 만들기도 하였다.
트레일이 해안을 따라 더욱 남으로 가게 되자 늘 좌측으로 득량만과 그곳에 아련하게 떠있는 득량도가 시야애 들어오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멀리 외해로 빠지는 길목에 자리한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다도해의 섬들과 우측 내륙 쪽으로는 장흥의 진산인 천관산이 그 우람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굴구이 식당들이 늘어선 신월마을을 지나 계속 정남진 해안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오후 2시경 원래는 우산도라는 섬이었던 곳의 정상부에 위치한 상당한 규모의 "정남진 전망대"에 도착하여 사방으로의 대단한 조망을 즐기며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여 삶은 고구마와 견과류 등의 간식을 곁들여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며 한참을 휴식하였다.
전망대를 내려와 계속 트레일을 따라 신상마을을 지나고 같이 붙어있는 듯한 한승원 선생의 생가가 위치한 신덕마을로 들어서 길가에 세워진 일제강점기 당시 마을의 235분이 십시일반으로 상해의 임정에 독립운동 자금을 보낸 것을 기념하기 위한 비를 둘러본 후 한승원 선생의 작품들과 그에 관한 안내판이 곳곳에 자리한 마을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오르막길을 따라 회진면 소재지로 넘어가는 한재라는 고개를 향하였다.
역시나 선생에 관한 얘기들로 가득한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멀리 서쪽으로는 오늘의 목적지인 회진면 소재지 일대가 짧은 낮 시간이 끝나가며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고 있어 걸음을 빨리하여 정겨운 모습들의 시가지를 통과하여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회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다시 원등 마을회관으로 되돌아가 차량을 회수하여 율포 솔밭해변의 야영장으로 가야 하는 나와 달리 오늘 함께한 나 선생은 대중교통으로 왔기에 이곳에서 하루를 유하고 내일 80 코스를 이어갈 예정이라 다시 길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며 그곳에 붙어있는 해석이 난해한 버스 시간표와 씨름을 하고 있는 사이 오후 5시 반경 농어촌 버스가 한대 오길래 물어보니 원등마을을 거쳐 장흥읍으로 나가는 버스였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지만 이런 작은 행운에도 크게 기뻐하며 버스에 올라 이미 어두워진 밤길을 달려 저녁 6시가 넘어선 시각 차량을 회수하여 야영장에 도착한 후 오늘은 반주 없이 인스턴트 순대국밥과 만두로 저녁을 하고 간단히 씻은 다음 내일을 위하여 피곤한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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