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21(화) 맑고 화창하나 마지막 강추위라는 일기예보
오늘 일출시간이 7시 10분 경이라서 원래는 5시 반 경에 일어나려 하였으나 주변에서 채 5시도 되기 전부터 준비를 한다고 일어나 부스럭거려 하는수 없이 나도 일찍 일어나 간단히 믹스 커피 한잔을 끓여 먹고 방한 내의를 입고 아이젠을 장착하고 헤드랜턴을 끼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여 깜깜한 가운데 후미에서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멀리 앞서가는 산객들의 랜턴 불빛을 보면서 제석봉을 지나는데 우측과 뒤쪽으로는 구례읍과 작은 산골 마을들의 불빛이 아득하게 보이고 있고 정면으로는 천왕봉의 거대하고 검은 실루엣 뒤로 한줄기 祥瑞로운 붉은 기운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위가 밝아오며 뒤로는 눈 덮인 지리의 장엄한 주능선이 서서히 그 위용을 나타내고 정면으로는 붉은빛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通天門을 통과하여 7시경 정상에 올라서 이미 자리를 하고 있던 약 10여 명의 산객들과 같이 오랜만에 천왕봉 일출을 감상 후 맑고 청명한 날씨 아래 온몸으로 햇빛을 받으며 중산리 쪽으로 하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기온이 올라가 약간의 더위마저 느끼며 하산을 지속하여 8시 40분경 로터리 대피소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내복도 벗고 라면과 햇반 그리고 밑반찬으로 든든히 아침도 하며 약 30여 분을 머물다가 다시 길을 나서 칼바위를 경유하여 10시 40분경 중산리 탐방로 입구의 야영장에 도착하니 수년 전 가을 와이프와 같이 2박을 머물렀던 야영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주 최근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생태 체험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또한 그곳에서 도로를 따르지 않고 중산리 계곡을 따라 바로 중산리 마을의 버스정류소로 갈 수 있는 약 2 킬로 길이의 두류 생태탐방로가 역시나 아주 최근에 개설되어 있어 그 길을 따라 11시 반경 중산리 마을의 버스 정류소에 도착함으로써 1박 2일의 지리산 겨울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이후 12시 20분 출발의 진주행 버스를 타고 오후 1시 반경 진주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남강의 북쪽변에 위치한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부근의 편의점에서 커피와 토스트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지척에 위치한 촉석루와 의기 논개로 대표되는 진주의 대표적 역사 유적인 진주성을 방문하였다.
사실 이곳 진주는 과거 대구에 살 때 가족들과 혹은 혼자서 몇 차례 왔었지만 그냥 대충 둘러보고 지나쳤기에 이번에는 숙소 투숙 시간이 저녁 6시로 시간이 넉넉하여 약 3시간에 걸쳐 진주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속속들이 둘러보고 또한 성내에 자리한 국립 진주박물관도 방문하여 임진왜란뿐만 아니라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던 병자호란에 대한 전시까지 찬찬히 관람한 후 부근의 큰 전통 시장인 중앙시장 내의 제일식당이란 곳에서 반주를 곁들여 선짓국으로 약간은 이른 저녁을 하고 역시나 부근의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들었다.
그리고 여기어때 앱으로 예약한 일인실 2만 원의 가성비 최고인 그러나 허접하지는 않은 더퍼스트란 이름의 깔끔한 숙소에서 뜨끈한 샤워로 피곤한 몸을 달랜 후 내일은 06:40분 출발의 경남 고성행 첫 버스를 타야기에 일찍 잠을 청하면서 오늘을 돌이켜 보니 진주성을 관람하면서 창렬사 뜰에서 마주친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대통령 권한대행, 육군대장 박정희"란 쇄락한 시멘트 비석을 마주친 것과 숙소에 오다가 근처에서 발견한 십오륙 년 전 이곳 진주에서 일하던 선배와 두 차례 정도 들러 정담을 나누었던 '임진강 다찌"란 술집이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있어 갑자기 울컥하며 옛 생각이 떠오른 것 그리고 진주성 경내에서 이미 꽃을 피운 산수유와 매화를 본 세가지 사실이 지리산 천왕봉에서 본 일출보다 무언가 더 아련하고도 가슴이 싸한 여운을 남겼는데 이는 내가 늙어가고 있는 간접적인 증거인 것 같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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