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화) 맑음
여러 가지로 너무 피곤해서인지 밤사이에 새벽 두 시경 한차례 화장실 때문에 일어난 것 빼고는 내쳐 자고 일어나니 7시가 지나고 있었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떠나 주위가 텅텅 비어 있었다.
아직도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있으나 오늘도 가야 할 길이 천왕봉을 넘어 십사오 킬로로 만만치 않은 거리이기에 일어나 쿠키와 커피 한잔으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짐을 챙겨 지난밤 별로 가득하였던 벽소령에서의 밤하늘을 기억하며 물을 채운 후 제일 마지막으로 대피소를 떠나 브런치 장소로 생각한 약 6.3 킬로 떨어진 세석 대피소를 향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8시가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약간은 늦은 듯한 느낌이 었어 속도를 내어보려 하였건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괜히 무리하다가 오히려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염려되어 천천히 페이스대로 가기로 생각하고 전형적인 좋은 가을 날씨 아래 정면으로는 천왕봉 일대를 그리고 뒤로는 장쾌한 능선 너머 특유의 모습을 보이는 반야봉을 그리고 좌로는 백무동 골짜기 너머 인월과 오도재 너머 함양 읍까지 우측으로는 깊은 쌍계사 골짜기들과 삼신봉을 이고 있는 남부 능선을 조망하며 덕평봉과 선비샘 그리고 칠선봉과 영신봉을 지나 11시 반경 브런치를 하기로 생각한 따뜻한 햇살이 쪼이는 세석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야외 식탁은 햇살이 너무 뜨거워 실내 취사장에서 곰탕 육수를 끓여 햇반과 함께 곰탕을 만들고 볶음 김치와 컵라면을 곁들여 나름 거나하게 브런치를 하고 난 뒤 커피 믹스까지 한잔하고 물을 채운 다음 대피소를 떠나 장터목을 향하였다.
역시나 갈수록 더욱 대단해지는 사방으로의 조망을 감상하며 촛대봉과 연하봉을 지나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하여 머무는 장터목 대피소에 다달아 잠시 간식을 먹으며 휴식 후 오후 3시경 한적한 트레일을 따라 천왕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겨 고사목으로 유명한 제석봉을 지나고 통천문을 통과하여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천왕봉 정상에 섰는데 평일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 인지 정상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사실 생각해 보니 1977년 10월 개천절 연휴에 친구들과 당시는 통제가 전혀 없던 칠선계곡을 통하여 야영을 하면서 천왕봉을 처음 오른 이래 지금까지 약 10여 차례 정도 올랐었고 늘 휴일 혹은 주말이라 정상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는데 오늘은 정말로 한적하여 혼자 지리산을 독차지한 듯 느긋하게 앉아 사방을 조망하고 있는데 중산리 쪽에서 한 분의 산객이 올라와 반갑게 인사하고 각자 서로 인증샷을 한 장씩 찍어주고 그분은 다시 중산리로 나는 중봉 쪽으로 향하는데 마침 치밭목 대피소에서 걱정하는 전화가 와서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였다.
헌데 역시나 높은 산속은 빨리 어둠이 내리는 법이고 더구나 중봉을 지나면서는 천왕봉에서 중봉을 지나 하봉으로 남북 방향 이어지는 거대한 능선의 서쪽 사면으로 들어서는 상황이라 금방 캄캄해져 헤드랜턴을 켜고 조심하여 하산을 하는데 천왕봉 정상 부근에는 남은 석양 빛을 받은 구름들의 아름다운 변화가 이어지고 멀리 남으로는 진주 시내의 불빛까지 바라보이는 숨이 막히는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산속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이라 조심하여 캄캄한 어둠속을 헤치며 써리봉과 써리봉 삼거리를 지나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치밭목 대피소의 불빛을 보며 조심하여 내려와 오후 7시경 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취사장에서 햇반과 시래기 된장국 그리고 치킨 마크니와 볶음 김치로 늦은 저녁을 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단지 세분의 산객들만이 머물고 있었는데 두 분의 남자 일행은 나와 반대로 종주를 진행하는 분들이고 이층 구석진 곳에 이미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사람은 외국 여자분이라고 하여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나도 간단히 정리 후 지친 몸을 따뜻한 침상에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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