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6(토) 맑고 폭염 수준
아침에 일어나 숙소 부근의 산자락을 살펴보니 깨끗한 공기질에 햇살이 대단한 전형적인 여름 날씨를 보여 장마 기간중임에도 다행으로 여기며 준비를 하여 서대전 역앞에서 와이프를 픽업한 후 오늘의 목적지인 전북의 오지를 가리키는 일명 무진장의 하나인 鎭安郡에 위치한 구봉산(해발 1002미터)으로 향하였다.
오전 9시 반경 구봉산 아래의 무료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부지런한 몇사람들은 산행을 시작하고 있어 우리도 그들을 뒤따라 1봉쪽으로 향하였는데 전체적으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비교적 쉬운 1봉부터 8봉까지 진행 후 상황을 보아 다음 루트를 정하기로 하고 햇살이 뜨거워 지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발걸음을 빨리하여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약 1시간이 걸려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에 올라서니 날씨는 비록 뜨거워지고 있었으나 다행히 바람이 어느정도 불고 있어 전형적인 여름산행의 묘미를 만끽하며 배낭을 잠시 내려두고 1봉을 왕복한 후 2봉쪽으로 나아가는데 멀리 동으로는 용담댐의 원경과 더불어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괜찮았다.
이십 수년전 1990년대 대구에 살던 무렵 혼자 안내 산악회를 따라 한번 와본 적이 있었지만 당시의 기억과는 달리 데크와 구름다리등의 안전과 편의시설을 잘 설치해 놓아 큰 어려움 없이 이곳의 壓券인 4봉과 5봉사이의 구름다리를 건너고 6.7.8봉을 거쳐 정오경 돈내미재에 다달아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고 난뒤 급격한 오르막의 9봉이자 천왕봉이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정상을 가느냐를 와이프와 상의해 본 결과 와이프가 컨디션이 괜찮다고 하여 정상을 오르기로 하였다.
식후이기도 하고 경사도 또한 심하고 날씨가 뜨거워지며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와이프의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였였으나 어차피 되돌아 갈 수는 없어 가능한 페이스를 늦추며 오르다 보니 한시간 이상이 걸려 오후 1시 반경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정상에서는 모든 산행이 그러하듯이 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를 떠오르게 하는 성취김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위 절벽을 따라 시계반대방향으로 나아가며 우리가 거쳤던 8개의 봉우리를 아래로 가마득히 내려다보며 걷는 기분 또한 일품이었는데 멀리 남으로는 내일 가고자 생각하고 있는 마이산(馬耳山)의 모습이 짙은 산그림자 사이로 뾰족히 보이고 있어 더욱 좋았다.
바랑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튼 후 짙은 숲으로 가득한 계곡을 따라 여름꽃인 능소화(凌宵花)가 뒷배경인 구봉산과 어울어져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양명마을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출발한지 6시간이나 지난 오후 3시반이나 되었고 몸은 갈증과 피곤함으로 힘들었지만 시원한 얼음물을 들이키고 잠깐의 휴식 후 오늘 저녁 하루를 보낼 우리들의 오성급 호텔인 지척의 거리에 있고 이번이 두번째인 "국립 운장산 자연휴양림"의 야영장으로 향하는 마음만은 행복하였다.
야영장에 도착하자 마자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어 같이 한잔 마셨는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와이프는 맥주 한잔 후 약간의 탈진 현상을 일으켜 시원한 오후 그늘이 일품이고 나름 독립성이 좋은 구석의 120번 데크위에 누워 버려 혼자서 텐트등등을 준비 후 샤워 후 저녁때까지 같이 휴식을 취하였다.
저녁에는 어느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와이프와 같이 비비고 삼계탕을 주식으로 이것저것 나름 진수성찬으로 식사 후 가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풍부하고 수정같은 물이 흐르는 계곡옆에 위치한 탓으로 낮의 더위가 딴나라 얘기같이 느껴지는 시원한 공기속에서 잠을 청하였는데 밤에 화장실에서는 기이한 색깔의 큰 나방을 보기도 하였는데 새삼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다양성을 느끼기도 하였다.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1봉을 시작으로 8봉을 거쳐 돈내미재까지
급경사의 힘든 오르막을 올라 정상에 서기까지와 빤히 내려다 보이는 1봉에서 8봉까지의 능선
정상 부근의 능선상에서 보이는 마이산의 실루엣
바랑재를 거쳐 주차장까지의 하산
국립 운장산 자연휴양림의 야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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