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17년

부암동 이야기(1)-세검정과 백사실 계곡(백석동천)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7. 10. 4. 19:40

2017.9.21(목) 맑음

일주일에 한번 야간 당직한 댓가로  쓸 수 있는 목요일 오후 반차를 이용하여 오늘은 다양한 옛날 얘기들로 가득한 부암동 일대를 둘러보기로 하고 오전 근무 후 직장을 나와 버스를 타고 와이프와 만나기로 세검정(洗劍亭)을 향하였는데 이 이름의 유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조반정때 이귀, 김유등의 반정인사들이 거사전 이곳에서 광해군의 폐위를 논의하고 칼을 갈아 씻었다는 자리라서 그 이름을 얻었다고도 전해진다.

2시경 세검정에서 와이프를 만나 세검정 교차로에 위치한 석파랑(石破廊)이란 궁중한정식 식당안에 위치하여 이제는 누구든 돈만 내면 음식을 먹는 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석파정 별당이라 불리는 자그마한 중국풍의 벽돌식 건물을 구경하였는데 이 건물의 사연이 쓸쓸함과 더불어 세월의 허망함을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

사연인즉 이 건물은 원래는 이곳에서 창의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구한말 대표적인 풍운아였던 흥선대원군의 별장인 석파정(石破亭)의 일부였는데 "석파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주로 난을 치는데 사용하였던 곳으로 구한말과 일제 식민지배 그리고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통해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하였다. 

헌데 석파정이라는 흥선대원군의 별장 또한 원래는 당시 세도가였던 안동 김문의 일족이자 철종때 영의정을 지냈던  김흥근(金興根)의 소유였는데 대원군이 마음에 들어 거의 빼앗다시피 하여 자신의 소유로 하였다는 한가지 사연을 더하고 있었다.

아무튼 석파정을 비롯하여 부암동 일대를 찬찬히 둘러보려면 한나절로는 부족하니 오늘은 문화적인것 보다는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 불리고 또한 서울속의 숨은 자연 비경이라고 하는 백사실 계곡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세검정앞을 흐르는 홍제천변에서 작은 이정표를 따라 오래된 집들 사이로 들어가는데 조금만 오르막을 오르자 집들이 끝나고 현통사(玄通寺)라는 이름의 절이 나타나며 정말로 이곳이 서울 시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짙은 숲으로 둘러싸이고 평일 오후라 더욱 한적한 느낌마저 드는 백사실 계곡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자 약간의 평지가 나타나며 조선시대 별서(別墅)터 였다는 곳이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연못과 주춧돌의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주민들은 백사실 계곡이라는 지명으로 보아 이 별서터가 백사 이항복과 연관되었다고 구전되어 오고 있는것 같았다.

이후에는 주위의 능선에 올라 북한산쪽의 장쾌한 능선 조망도 즐기고 다시 별서터로 돌아와 남쪽으로 백석동천이라는 바위각자를 지나 마을을 통과하여 오르막을 오르니 과거 북악하이웨이이라고 부르던 북악산길과 만나고 팔각정쪽으로 북악산길을 조금 따라가다가 다시 좌측의 백사실 계곡으로 내려서 평창동쪽의 서울예고 운동장으로 하산하였는데 결국은 백사실 계곡을 시계반대방향으로 한번 돌라본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