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

남파랑길 51, 52 코스(광양 공영 버스터미널에서 여수 율촌 파출소를 거쳐 소라 초등학교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4. 3. 9. 18:49

2024.3.7(목) 잔뜩 흐리고 강한 바람으로 쌀쌀함.

이번주 후반에 시간이 있어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고 작년인 2023년 12월 하순에 중단한 코리아 트레일 그중에서도 남파랑길을 이어서 걷고자 어제저녁 용산역에서 18:47분발 순천행 KTX에 올라 저녁 9시 반경 강한 바람 속에 미약한 빗줄기가 내리는 순천역에 내렸다.

사실 51 코스의 종점인 여수시 율촌면 소재지가 들고나는 대중교통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숙소도 없기에 51과 52 두 코스를 한꺼번에 연결하려다 보니 순천에서 전날 하루를 자는 방향으로 계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오랜만이라 낯설기만 한 야심한 밤의 순천역 광장을 벗어나 일금 만이천원으로 오늘 하루밤을 보내기 위하여 부근에 위치한 24시 사우나 겸 찜질방인 지오스파를 향하였고 입실 후에는 간단히 샤워 후 찜질방의 한쪽 구석에서 만약을 대비하여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청하였다.

                                   밤의 순천역과 역 바로 좌측에 위치한 지오스파

 

낯선 환경이지만 그런대로 한숨 자고 6시경 일어나 목욕 후 밖으로 나와 아침 식사를 위하여 바로 앞의 역전시장으로 갔으나 오늘 순천시내의 딴 곳(현지 상인의 얘기로는 아랫장)에서 장이 선다고 모든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역광장 부근의 분식 식당에서 떡만둣국으로 아침을 하고 김밥 한 줄을 포장하여 "순천역 서측" 버스정류장에서 오늘의 출발점인 광양 공영 버스터미널행 77번 시내버스에 올라 8시가 조금 못된 시각 목적지에 내려 잔뜩 찌푸린 좋지 않은 날씨 속이지만 힘을 내어 바로 남파랑길 51 코스를 걷기 시작하였다.

 

                                이른 아침의 순천 역전시장과 아침을 한 식당

트레일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매화등의 봄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남도의 벌판을 배경으로 전남 도립미술관을 지나 남으로 이어지다가 광양역 부근의 지하도를 지난 후에는 월평, 신촌, 해창 등의 오래된 그러나 쇠락한 느낌이 드는 자연부락을 거쳐 10시경 산업단지의 굴뚝들이 흰 연기를 뿜어내는 부근에 위치한 51 코스의 중요지중의 하나인 신성마을에 다달았다.

광양 공영 버스터미널에서 신성마을 부근까지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 휘하의 송희립, 정운 장군을 함께 모시고 있는 충무사(忠武祠)를 들렸다가 우리 민족사 최대 비극 중의 하나인 칠 년 임진왜란의 마지막에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끝까지 농성을 하며 버티던 따라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였던 노량 해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또한 남파랑길 6 코스에서 만났던 창원시의 웅천 안골 왜성과 비교하여 큰 규모의 순천 왜성(倭城)을 들렸는데 잔뜩 흐린 날씨아래 아무도 없는 옛 성터에 오르니 만감이 교차하였고 특히나 이 성을 왜군들이 직접 축성하지는 않았을 터인즉 이 축성에 강제 동원된 우리 조선 민초들의 고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충무사와 순천 왜성

 

 

한참을 성위에서 머물다가 다시 길을 떠나 거대한 율촌 산업단지를 통과하여 내륙으로 들어와 9988 쉼터

라는 재미난 안내판이 붙어있는 경로당이 눈에 뜨이는 호두마을이라는 약간은 특이한 이름의 마을을 경유하여 정오경 여수시 율촌면 소재지의 율촌 파출소에서 51 코스를 마치게 되었는데 마침 휴대폰의 배터리가 오후에는 모자랄 것 같아 파출소에 부탁하여 약 20여 분 충전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친절한 경찰관으로부터 커피 한잔을 얻어먹기도 하였다.

51 코스의 종점인 율촌면 소재지까지

 

이후 점심을 사 먹으려고 하였으나 역시나 혼자라서 포기하고 내쳐 52 코스를 따르다가 오후 1시경 적당한 곳에서 준비해 간 컵라면과 김밥 그리고 식후 인스턴트커피 한잔으로 점심을 하고 난 뒤 다시 해안가로 연결되는 트레일을 따르다가 오후 3시경 여수공항 지역을 통과하였다.

율촌면에서 여수공항 지역까지

그리고 이어서 수차례 기찻길을 넘나들며 다양한 종류의 기차들이 지나는 것도 보며 광대한 벌판길을 따르는데 뒤돌아 보니 멀리 지난번에 지났던 광양의 구봉산과 그 너머 백운산 자락도 흐릿하나마 조망되고 있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좋지 않은 날씨 속에 원래도 약간의 통증이 있던 좌측 새끼발가락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며 조금은 지쳐가는데 오후 4시 반 무렵 옛 전라선 폐선로를 이용하여 조성한 공원이 나타나고 이어서 폐역인 덕양역과 이곳의 명물로 보이는 곱창거리를 지나니 바로 52 코스의 종점인 여수시 소라면 소라 초등학교가 나타나며 오늘의 일정을 끝내게 되었는데 무려 9시간이나 걸린 대장정이었다.

52 코스 종점인 소라 초등학교까지의 모습들

약간은 지친 상태라 따뜻한 바닥의 버스 정류장 대기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차피 이곳에도 숙소가 없기에 거리는 있지만 여수 여행의 핫플레이스인 여수 엑스포역 교차로 부근의 "24 게스트하우스 여수점"을 앱으로 예약하고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숙소에 도착한 후 부근의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곁들여 뜨끈한 동태탕으로 저녁을 하고 숙소에서 천국 같은 느낌의 뜨거운 샤워를 하고 난 뒤 잠시 티브이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