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인도 네팔 여행기

3. 카쥬라호를 거쳐 바라나시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1. 12. 3. 20:39

2003.5.26(월)
오전 7시경 사트나역에 도착하여 광장의 간이식당에서 사모사(원추형태의 인도식 군만두로 감자로 속을 채웠음)와 콜라로 아침식사 후 합승 지프로(1인당 200루피) 카쥬라호를 향하였다. 약5시간 거리의 카쥬라호로 가는 길은 낡고 오래된 포장 도로로 뜨거운 태양 아래 먼지가 날리는 척박한 대지에 뿌리내리고 사는 인도의 농촌 마을과 야산과 열대의 숲으로 둘러싸인 호랑이의 서식지라는 국립공원을 지나는 흥미로운 길이었지만 호랑이는 볼 수 없었고 야생의 공작새만 간간히 보일 뿐이었다.

오후1시경 카쥬라호 마을의 샨티 게스트하우스(평화라는 뜻의 힌디어로 화장실,샤워기,팬과 더블베드에 100루피)에 투숙 후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몸을 씻는데 화상을 입을 정도로 물이 뜨거워 요즈음의 인도 더위를 실감나게 했다. 저녁 해진 뒤에는 옥상에 위치한 식당에서 반딧불과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다른 여행자들과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트나에서 카쥬라호로 가는 길에서

 


2003.5.27(화)
낮에는 더위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어 아침을 거른 채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의 하나이며 정교한 조각 특히 에로틱한 조각으로 유명한 힌두 사원군(모시는 힌두신이 각각 다른 약 십수개의 사원들이 모여 있음. 관람료 250루피)을 둘러 보았는데 듣던 대로 힌두교에 문외한인 내게도 어떻게 하든 신과의 합일 혹은 진정한 깨달음을 간절히 원했던 고대 인도인들의 염원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또한 상당한 수의 일본인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관람하는 것이 눈에 띄였다.
사원을 나와 아침 겸 점심으로 한국 여행자에게 잘 알려진 총각식당(잔바 사르티라는 식당인데 한국여행자들이 한국음식 조리법을 가르켜 주어 어설프게 흉내낸 한국음식을 냄)에서 닭 육개장으로 식사를 하고 근처의 인도 옷가게에서 200루피를 주고 인도 스타일의 옷을 한 벌 산 후 엄청난 더위를 이기지 못해 숙소의 팬아래서 뜨거운(?) 샤워와 독서로 오후를 보낸후 저녁은 역시 조금이라도 시원한 옥상에서 모기에 뜯겨가며 이런저런 상념과 종업원 혹은 다른 여행자들과의 대화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카쥬라호 사원의 열 모습


2003.5.28(수)
옆의 총각식당에서 수제비로 아침식사후 자전거를 빌려(1일 20루피)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소개한 약2킬로미터 떨어진 홀리데이 인 호텔의 수영장에 도착하여 투숙객이 아님에도 100루피의 입장료만 내고 저녁 무렵까지 수영하다 야자수 아래 낮잠을 즐기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는 요즘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듯 보였다.
중간에 망고 쥬스를 주문하니 비싼 가격의 고급 호텔답게 깨끗한 복장과 새련된 매너의 인도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는 바 이는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큰 호사였다.
오후6시30분경 이른 저녁 식사 후 오전에 약간의 커미션을 주고 구한 바라나시행(구명은 베나레스) 열차를 타기위해 카쥬라호에서 북쪽으로 약3시간 거리인 마호바란 곳을 향하여 합승 지프택시를 타고 어둠 속의 비포장도로를 달려 오후9시경 상당한 규모의 도시에 비해 작게 느껴지는 마호바역에 도착하였다.
인도의 열차시스템은 우리와 달리 개찰이란 개념이 없어 누구나 대합실을 거쳐 플랫홈까지 들어올 수 있기에 거지나 사정상 숙소를 구하지 못한 가족등이 불을 피워 취사까지 하며 소등의 가축들도 예사로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의 짐을 뒤적이는 통에 엄청나게 더럽고 혼잡하나 공항은 반대로 항공권이 있어야만 건물내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도 피곤한 몸을 맨바닥에 아무렇게나 뉘고 펩시 콜라와 이름도 모르는 인도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과 강하고 특이한 발음 때문에 알아듣기 힘든 인도식 영어로 짧은 대화를 나누다가 오후10시30분경 바라나시행 열차의 3등 침대칸의 맨 윗칸에 지친 몸을 뉘고 잠을 청하였건만 공간의 협소함과 시끄러움, 더위와 냄새 그리고 쇠줄과 자물쇠로 묶어둔 배낭에 대한 불안감으로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홀리데이 인 카쥬라호 호텔의 수영장에서

 


2003.5.29(목)
약 12시간의 야간 기차여행 후 오전11시경 더욱 엄청난 혼잡함과 더러움이 느껴지는 바라나시 정션역에 도착하여 사이클 릭샤로(40루피) 여행의 중심지인 고돌리아거리에 간 후 미로와 같은 릭샤도 다닐 수 없을 만큼 좁은 골목길을 물어물어 숙소로 정한 샨티 게스트하우스에(150루피) 투숙한 후 갠지스강(현지인들은 강가라고 부르며 강가의 영어식 발음이 갠지스라고 함)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옥상식당에서 인도라면으로 식사 후 휴식을 취하였다.
오후5시반경 투숙객들을 상대로 무료로 운행하는 갠지스강 보트 트립을 게스트 하우스의 리셉션에서 처음 만나 같이 여행하기로 한 한국의 비구스님과 함께 나가 갈수기로 인해 극도로 더러워진 강을 오르내리면서 강변의 수많은 가트(계단이라는 뜻으로 화장과 기도, 목욕, 세탁 등의 일상사가 이루어짐)와 그곳에서 일상을 수행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도인들에게 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진 화장가트(마니까르니카 가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장의 모습과 피어오르는 연기는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또한 어린이들이 작은 나룻배로 보트에 다가와서 인도특유의 노란색의 꽃으로 만든 물에 띄울 수 있는 장식을 파는바(1개에 10루피) 강물위에는 많은 꽃 접시들이 흘러가는 모습과 바로 그 물에서 수영을 하면서 놀고 있는 개구쟁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에는 옥상의 식당에서 스님과의 인연을 축하하면서 맥주(킹 피셔라는 인도 산)를 마셨는데 스님의 곡차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서 밤새 더위와 더불어 고통스러운 밤이 되고 말았다.

 

 

 

 

                                                 바라나시의 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