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4년

문경 주흘산(주봉과 영봉)과 부봉(제1봉에서 제6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4. 10. 30. 08:38

2024.10.25(금) 맑다가 차츰 구름 끼임

피곤함과 음주로 평소와 달리 밤사이에 한 번만 깨고 푹 자고 7시경 일어나 일기를 확인하니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여주고 있어 기분 좋게 어젯밤에 남은 삼계탕에 햇반을 더하여 죽으로 만들어 아침을 하고 오늘은 이곳 문경의 진산이자 야영장에서 새재 옛길 건너 바로 눈앞 정면에 우뚝 솟아있는 주흘산(主屹山, 해발 1106미터)을 오르기로 하고 9시가 넘어 느지막이 야영장을 나섰다.

 

야영장이 위치한 산중턱에서 내리막을 따라 문경새재 옛길쪽으로 내려오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열리고 있는 문경 사과축제로 인하여 많은 탐방객들이 몰려들고 있어 걸음을 빨리하여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가을이 깊어가는 계곡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서니 다시 적막강산이 되어 홀로 조용히 이곳의 명소인 여궁폭포를 향하였다.

 

10시 40분경 수일전에 내린 상당한 양의 비로 인하여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한편  약간은 쓸쓸한 가을 분위기의  여궁폭포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계곡을 따라 길을 이어가다가  비록 무명이지만 멋진 쌍폭포도 지나 혜국사에 도착하여 잠시 절간을 둘러본 후 가을색이 짙아가는 숲 속 트레일을 따라 주봉을 향하였다. 

 

 

 

 

 

오후 1시경 실로 삼십수년만에 대단한 조망처인 주흘산 주봉에 오르니 당시 함께 올랐던 아버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나 말 그대로 산천은 의구하여 잠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남쪽의 문경읍과 그너머로 겹겹이 펼쳐진 장대한 산그리메를 벅찬 느낌으로 감상 후 한적한 한켠에서 준비해 간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며 잠시 휴식 후 다시 길을 떠나 사실상 가장 높아 어쩌면 정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영봉을 향하는데 정면으로는 서서히 백두대간의 마루금과 그 너머 월악영봉이 가끔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각 아무도 없는 영봉에 도착하고 원래는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제2관문인 조곡관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멀리 진행방향으로 멋진 암릉으로 이루어진 11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입산이 금지된다는 부봉 능선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호승심과 호기심이 발동하여 수북하게 낙엽이 깔리고 산객들의 흔적이 거의 없는 북쪽으로의 트레일에 들어섰다.

 

그리고 정면으로 멋지다는 표현이 모자랄 듯한 백두대간 마루금과 월악영봉을 바라보며 나아가 오후 3시경 백두대간과의 접점인 하늘재 삼거리에 이르고 이후에는 약 40여 분간  백두대간을 따라 부봉 삼거리에 이르러 백두대간과 작별하고 본격적으로 암릉을 따라 부봉 제1봉부터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군데군데 멋진 바위들을 오르내리며 정면인 서쪽으로는 새재 옛길을 건너 장대하게 펼쳐지는 조령산 좌우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그리고 우측인 북으로는 월악영봉쪽을 감상하며 2, 3, 4. 5봉을 거쳐 오후 5시경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6봉 아래의 제2 관문인 조곡관과의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잠시 숨을 돌리고 이곳에 배낭을 둔채 6봉을 다녀온 후에는 일사천리로 조심하여 하산을 서둘렀지만 새재 옛길과의 합류부에 도착하니 이미 캄캄하였고 이후 천천히 걸어 입구의 상가에서 편육과 이곳 문경의 특산이라는 오미자 막걸리를 사서 야영장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거리는 약 20여 킬로이고 시간은 약 10여시간이 걸리고 1700미터 정도 고도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주봉 이후로는 한 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못하는 외로운 산행이었지만 마음만은 행복감으로 가득하여 천국 같은 느낌의 뜨거운 샤워를 하고 반주를 곁들여 조촐하지만 만족스러운 저녁을 하고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