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16(금) 맑음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고 새벽 3시경 더이상 잠 자는 것을 포기하고 텐트 밖으로 나오니 실망스럽게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텐트 주변에는 최소 30센티 이상의 눈이 쌓여있었다.
다시 텐트안에서 동행과 둘이서 이런저런 걱정스런 얘기를 주고 받고 있자니 가이드가 찾아와서 하는 말이 모든 가이드들이 조금 후 모여서 회의를 할 예정이고 눈이 이상태로 계속 내린다면 오늘 일정은 일단 못할 것 갔다고 얘기하는데 표정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여 우리도 상당히 실망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겠노라고 얘기하며 텐트안으로 들어와 만약 라르케 패스 넘는 것이 캔슬이 되면 다음 플랜 B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 지며 가이드가 뛰어 들어와 눈이 그쳤다며 빨리 식사를 하고 출발해야 한다며 다그치는 것이었다.
순간 멍한 기분이 되었으나 부리나케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불과 20여분 사이에 거짓말 처럼 눈이 그치고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우선 가이드보고 아무 음식이나 알아서 주문하라고 한 후에는 좁은 텐트안에서 침구와 배낭을 정리하는데 오늘 최소한 눈밭에서 10여시간 이상은 각오해야 하니 초콜렛과 사탕 그리고 비스켓 등 간식과 물을 넉넉히 그리고 복장과 햇빛에 대한 준비를 바삐 마치고 식당에서 아침 식사 후 길을 나서니 시간은 이미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대충 상황을 보니 젊고 힘있는 가이드와 트레커들은 이미 앞장서서 러쎌을 하여 루트를 만들면서 나아가는 것이 보이는데 우리는 그럴만한 힘들이 없으니 후미에서 따라 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우리 일행 다섯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예상치 못하였던 극적인 반전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하며 출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하는것이 역력해 보였다.
더구나 사진을 좋아하는 동행은 이런 광경에 더욱 신이나서 너무 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가느라 뒤처질 지경이었고 이런 상황은 종일 계속 되었다.
사실 이번 마나슬루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유튜브에서 라르케 패스 동영상을 찾아 보니 대부분이 밋밋한 영상뿐 이었는데 이런 설국으로 변한 라르케 패스를 넘는다는 행운은 쉽지않는 일임에는 틀림 없어 보였다.
힘들고 숨이 찬것도 잊고 정신없이 걷고 보고 찍고 하다보니 어느듯 라르케 패스 정상에 서게 되었는데 시간은 떠난지 6시간 반이 지난 11시 40분 경이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두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축하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등 한바탕 야단법석을 떤 후에 하산을 시작하였는데 하산길 또한 그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르-푸 지역의 맹주격인 캉구루봉(Kang Guru Peak) 연봉과 그곳에서 흘러 내리는 빙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급경사의 눈덮힌 내리막길이 오늘의 숙소인 빔탕(Bhimtang, 해발 3,740 미터) 직전까지 계속 되는데 끝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의 경이로운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떠난지 11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빔탕의 롯지에 들어서니 그때서야 극심한 허기와 갈증 그리고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하여 우선 차를 좀 마시고 식사전에 땀과 선크림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간단히라도 씻기위해 손이 얼굴에 닿자 굉장히 화끈거려 무슨일인가 하며 거울을 들여다 보는 순간 우리 두사람은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새벽에 출발하면서 뒷목 가리개가 있는 챙이 넓은 모자에 코가리개 그리고 고글에 선크림까지 하였지만 땅위에 쌓인 눈에서 반사되는 햇빛으로 인해 턱아래 부분부터 입주위까지 일광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다행히도 물집이 생길 정도의 심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입술 포진의 전구 증상도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되었음에도 모든것에는 항상 댓가가 따르는 법이라 오늘 너무나 좋은 것을 본 댓가라고 생각키로 하고 찬물 찜질과 가지고 있던 바세린 연고를 바른 후 진통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었다.
라르케 패스까지의 긴 여정
빔탕까지의 긴 하산길
라르케 패스를 향하여
라르케 패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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