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15년

비내리는 일요일 옛 추억에 젖어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5. 4. 20. 18:57

2015.4.19(일) 비

오늘은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나 대한민국 현대사에 굵은 획을 그은 젊은이들의 위대한 4.19 의거 기념일이건만 세상은 온통 세월호와 정치인들의 부패 스캔들로 어수선하다 못해 혹시나 이 나라가 이대로 세월호처럼 침몰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하루다.

거기에 더해 비까지 내리니 마음은 더욱 우울하고 답답하기만 하고............

1주에 단 하루 유일한 휴일을 종일 집안에만 있기도 무엇하여 브런치 후 우산을 받쳐들고 집을 나섰다.

1976년 3월, 약 40 여년전 지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이제와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것 같은 기어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가보겠다는 일념으로 삼청동에서 하숙하며 종로의 인사동 골목에 위치한 학원까지 오가던 일이 생각나서 그곳을 가보기로 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인사동 골목의 북쪽 입구에 도착하여 아침 저녁이면 꿈많은 소녀들의 재잘거림으로 시끄럽던 풍문여고 덕성여고 골목을 지나 경기고등학교가 있었던 자리에 위치한 정독 도서관 바로 밑의 당시 하숙집을 거쳐 가끔 같은 하숙집 사람들과 운동을 가곤 하던 삼청공원까지 천천히 걸어보았다.

물론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동으로 넘어가는 도로변은 당시의 모습이 많이 퇴색되었지만  내가 하숙하던 집을 포함하여 골목쪽에는 아직도 일부의 한옥들이 남아 이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서울 아니 대한민국의 관광 명소가 되어 비가 내리는데도 외국인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골목길을 기웃거리고 수많은 카페와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란 말을 생각나게 하였다.

그저 당시에는 최고의 권부와 가까워 밤에도 도둑이나 강도같은 범죄의 걱정이 전혀 없는 한적한 주택가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이제와 보니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외에는 모두 변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다. 

또한 하숙집에서 빤히 보이던 곳에 위치한 국군 서울지구 병원은 10.26 사태 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시신이 가장 먼처 안치된 곳이고 같은 구내에는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던 국군 보안사령부가 있어 제5공화국 탄생의 산실이 되었으니.........

나 또한 그해 가을 대학 입학 예비고사 후 11월경 여러가지 사정때문에 청운의 꿈?을 기꺼이 포기하고 낙향하여 이후 35년이란 세월을 고향에서 살다가 다시 서울로 이주하여 오늘 이렇게 이곳을 방문하니 모든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감상어린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당시에 약 9개월 동안 같은 방을 쓰던 부산 출신의 이름은 기억나지만 얼굴은 안개속에서와 같이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친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또한 어이없게도 당시 아침 저녁과 점심 도시락을 포함하여 한달에 2만 5천원이던 하숙비가 떠오르기도 하는 등 나름 가슴이 아려오고 싸한 느낌이 드는 하루였다.

 

 

 

 

 

 

인사동의 북쪽 입구와 건너편의 풍문여고 입구,  당시에는 이 사이에 육교가 있었고 또한 부근에 신민당사와 종로 경찰서가 있어 오가는 길에 당시의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 총재와 그 일행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자주 본 기억이.... 

 

 

 

 

 

 

북쪽으로 덕성여고 덕성여중쪽으로 조금 올라 가면 나타나는 과거 하숙집 자리, 지금은 당연히 음식점으로 변하였고...

 

 

 

 

 

 

 

 

 

 

 

 

                                 하숙집에서 지척이던 정독 도서관앞 사거리

 

 

 

 

 

하숙집 맞은편에 있던 국군 서울지구 병원과 보안 사령부 자리, 지금은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으로 변하고

 

 

 

 

 

 

 

 

 

 

 

 

 

 

 

 

 

 

 

 

 

 

 

 

 

정독 도서관 담장을 따라 화동 골목길을 지나 청와대와 인왕산 북악산을 바라보며 삼청공원으로 가는길

 

 

 

 

 

 

 

 

 

 

너무 잘 꾸며놓아 과거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삼청공원


 

 

 

 

 

 


많이 변해버린 삼청터널로 향하는 도로변의 모습과 마지막으로 그곳 중의 한곳인 커피빈에서 커피 한 잔과 까망베르 치즈케잌 한 조각으로 오늘을 마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