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봄 중국 운남에서 방콕까지

4. 나짱(나트랑)을 거쳐 호치민(사이공) 그리고 프놈펜까지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11. 11. 28. 21:42

2002.4.26(금)

이곳 후에부터 호치민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작정하고 아침 남쪽으로 약 4시간 정도 걸리는 옛 항구도시 호이안(Hoian)으로 가기위해 신 카페에서 운영하는 투어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호이안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가는 훌륭한 드라이브 길이었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참호와 토치카등은 옛 전쟁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호이안은 19세기 말까지는 베트남에서 가장 번성한 무역항이었던 도시로 현대에 들어서면서 배가 대형화 됨에 따라 얕은 바다로 인해 쇠퇴하였지만 아름다운 해변과 베트남에서 가장 중국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아직도 광동방, 복건방,일본관등의 건물과 이름이 그대로 남아 과거의 화려했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남쪽으로 약 530킬로미터 거리의 다음 목적지인 나 트랑(Nha Trang)으로 가기위해 야간버스에 올라 쪼그린 채로 12시간을 비몽사몽간에 뒤척이다가 다음날(4.27) 아침 나 트랑(현지에서는 나짱이라고 함)에 도착하니 전형적인 남국의 화창한 날씨가 반겨주었습니다.
이곳은 베트남전 당시 주월 한국군 야전 사령부가 있었던 도시로 사령부는 현재 나짱 대학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어 방문이 불가능 하였습니다. 또한 1963년 독재에 항거하여 시이공 거리에서 분신한 사진으로 유명한  베트남 불교계의 대부 틱 광덕(Tick Qang Doc) 스님이 수도하던 롱손사원도 있는 곳입니다.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한후 나트랑 앞바다의 여러 섬들을 둘러보고 수영 및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투어에(점심포함 가격이 4달러밖에 하지않아 놀람) 참가하여 재미있게 보낸 후 숙소에 돌아와 정신없이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4.28) 온몸이 피곤으로 절어 부근의 발 마사지 가게에서 한시간 정도 마사지하고 나니 조금 나은 것 같아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오후에는 유명한 나트랑 해변에서 군것질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저녁 7시경 버스로 약10시간 거리의 사이공(현재는 호치민으로 개명되었으나 현지인들은 여전히 사이공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호치민은 공식적인 서류 정도에만 쓰인다고 함)으로 가기위해 다시 끔찍한 야간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중간에 차량 고장으로 길에서 3시간 정도 허비하고 사이공에 가까워 지니 길의 포장상태가 조금씩 양호해졌습니다.

 

 

 

 

 

                                               호이안에 가기전에 잠시 들른 해변

 

 

 

 

 

                                                  호이안의 해변과 마을의 모습

 

 

 

 

 

                                       나트랑에서의 즐거운 한 때 그리고 해변

 

 

2002.4.29(월)

사이공 여행자의 거리인 "팜 누라오" 거리에 아침 무렵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고 휴식을 취한후 오후에 구찌터널 투어에 참가하였는데 여기저기 산재한 전쟁의 상처들과 미로처럼 얽힌 땅굴들은 전쟁의 잔인함을 새삼 일깨워 주었으며 또한 상대적으로 비싼 관람료(5달러)와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과거 베트콩 참전 용사의 모습 그리고 많은 수의 젊은 미국인 여행객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듯 하며 이상한 비애를 느끼게도 하였습니다.저녁에는 거리의 좌판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열대 과일 쉐이크와 맥주로써 갈증을 달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다음날은(4.30) 사이공 시티 투어에 참가하여 여러 곳을 둘러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통일 기념관(Reunification Hall)으로 쓰이는 옛 대통령 관저, 프랑스와 미국과의 전쟁기간에 일어난 여러 가지를 전시한 박물관(War Crime Museum), 중국풍의 사원들, 재래시장과 거리곳곳에 자리한 한국기업의 거대한 입간판등이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당시에 미군 장교 클럽으로 사용되면서 퇴폐와 환락의 장소였던 건물은 렉스호텔이라는 고급 숙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날은 우리식으로는 월남이 패망한지 27년째 되는 날이고 그들에게는 남 베트남 해방기념일(1975.4.30)로서 국경일로 지정되어 퍼레이드를 보기위해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와 있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으나 나의 굴절된 의식속에서의  이 날은 월맹군의 탱크가 대통령궁의 정문을 무너뜨리며 돌진하고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뜨는 마지막 철수 헬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사람들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사이공강의 매력적인 디너 크루즈에 갔었는데 이층의 큰 유람선에는 외국인들에 못지않는 수의 현지인들도 있어 발전하는 경제를 반영하는 듯했습니다.

 

 

 

 

 

                                                                       구찌 터널에서

 

 

                                        전쟁 범죄 박물관에 놓여있는 프랑스 지배 시대의 킬로틴

 

 

                                                        거리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사이공의 이모저모

 

 

2002.5.1(수)

오늘은 이미 예약해 둔대로 메콩 델타를 경유하여 배와 버스로 캄보디아의 프놈펜까지 1박 2일의 여정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버스가 팜 누라오거리를 출발하여 조금 지나자 산은 전혀 보이지 않고 델타지역 특유의 평원이 나타나며 많은 수로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몇 개의 작은 마을을 지나고 베트콩들의 저항 근거지였다는 밀림과 미로같은 수로로 이루어진 곳을 지나고 바다같이 보이는 몇 군데의 나루에서는 페리 보트를 타기도 하며 메콩강을 따라 이어진 비포장의 길을 하염없이 달려 저녁무렵 챠우 독(Chau Doc)이라 불리는 국경도시에 도착하여 부근의 유명하다는 사원을 둘러본 후 중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투숙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5.2) 배를 타고 부근의 수상 가옥들과 강위의 물고기 양식장 그리고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있는 이슬람 마을을 둘러보고 약 3시간거리의 빈 슈옹(Vinh Xuong)국경으로 향하였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생활의 모든 것을 메콩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강가의 마을에는 매년 범람하는 메콩강의 수위를 표시해둔 막대가 있었는데 2000, 2001년도의 수위가 모두 내가 처다볼 정도로 엄청나게 높아서 놀랄 정도 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강위에 대충 설치하는데 대단히 불안 했으며 오색 장식을 화려하게 한 결혼식 퍼레이드를 하는 배도 볼수 있었습니다. 허나 아이들은 역시 변함없는 모습으로 수영을 하고 놀다가도 손을 흔들어 주는등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국경이라고 해야 강둑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정도인데 남은 베트남 돈으로 맥주를 한잔하고 출국 수속을 한 다음 캄보디아쪽으로 가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입국심사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았습니다.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끝내고 나오니 다시 배를 타야 한다고 하여 의아하게 생각하였는데 아마도 육로 보다 뱃길이 더 편리한가 보다 생각하고 배에 오르니 이것은 지금까지 와는 달리 6인승의 작은 스피드 보트였습니다.

아무튼 약 1시간의 엄청난 스릴을 즐긴후 넥 루앙(Nek Luang)이라는 마을로 상륙하여 다시 약 2시간 버스를 달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의 캐피톨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였습니다.
프놈펜은 메콩강의 지류인 톤 레삽강과 호수를 끼고 형성된 도시로 왕궁과 사원들과 고급 호텔들은 금빛 찬란한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있으나 나머지 부분들은 아주 낙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리에는 많은 불구의 걸인들이 눈에 띄는 바 오랜 전쟁에 시달린 후유증이라 생각 되었습니다.

 

 

 

                                                            메콩 델타 지역의 모습

 

 

                                        챠우 독의 사원입구에서 동네 아이들과

 

 

 

 

 

 

                                    베트남 메콩 강변의 양어장,수영하는 아이들,그리고 고기잡이 배

 

 

                                                    강둑에 위치한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국경

 

 

                                                               캄보디아쪽의 메콩강변

 

 

                                                          프놈펜의 금빛 찬란한 왕궁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