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4.19(금)
일찍 일어나니 창밖은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한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로비로 나가니 이런 날씨에는 길이 아주 나빠 위험할 뿐만아니라 등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등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2-3일간 기다려 보기로하고 대신에 주변의 여러 소수 민족 마을을 트레킹하기로 하고 좀 기다리니 가이드가 오는데 열살 정도의 아이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닌 사장은 걱정 말라면서 웃는데 대화를 해보니 똑똑하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부근에 많이 사는 몽족으로 나이는 12살이며 영어는 귀동냥으로 배웠다고 하였습니다.
이 아이를 따라 오후까지 주변의 여러 마을을 다니면서 이들이 손으로 짠 셔츠도 사고(50,000동) 초등학교도 둘러보고 특히 가이드 꼬마의 집도 들렀는데 할아버지를 포함한 3대가 함께 살고 있었으며 그들의 가난하지만 순박한 미소는 잊어버린 우리의 옛날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오후에 호텔로 돌아와 부근의 레스토랑에서 느긋한 식사를 하고 내일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었으나 아침에 일어나니(4.20) 역시 비가 내리고 산은 짙은 구름속에 가려져 있었으며 닌 사장은 이미 우기가 시작된 것 같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쉽지만 마냥 기다릴수도 없어 내일 떠나기로 하고 오락가락하는 빗속에 주말에만 선다는 시장과(부근의 박하라는 곳에서 열리는 시장과 더불어 소수민족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임) 부근에 조성된 아름다운 공원과 민속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에는 아쉬움을 맥주로 달래며 사파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가이드 꼬마의 여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가이드 꼬마의 집 식구들과
사파주변 마을들의 모습
사파 마을의 모습,뒤에 보이는 산군들 중 제일 높은곳이 판시판
베트남 민속공연의 모습
2002.4.21(일)
아침 호텔측에서 서비스로 제공해준 승합차를 타고 라오카이역에 도착하여 하노이행 열차표를 산후(하노이까지 거리는 약 290 Km로 12시간정도 소요됨, 요금은 75,000동) 역광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쌀국수(Pho)로 아침을 해결한후 기차에 올랐습니다.
기차는 노후한 편이었으며 좌석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매우 혼잡하였으며 거의 모든 역에서 정차하였는 데 이것이 나그네에게는 더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통과 빨대를 장치하여 돈을 받고 한모금씩 빠는 물담배와 바나나 잎사귀에 싼 밥과 이름도 알 수 없는 간식거리는 흥미로왔습니다. 또한 기차는 계속 홍강(Red River)이라는 황톳색의 강을 끼고 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산이 사라지고 넓은 논이 끝없이 펼쳐지고 강폭이 넓어지고 배들이 보이면서 종착역이 가까워 옴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밤 9시경 하노이역에 도착하여 개찰구를 나오니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들, 자전거, 오토바이로 인한 소음과 혼잡함으로 정신을 차릴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사전의 정보로 우리의 목적지(중심가에 있는 호안 키엠 호숫가의 여행자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알고 지도를 보고 묻고해서 여행자의 거리에 있는 신 까페(여행사,게스트 하우스,레스토랑을 겸하는 베트남 최대의 체인망을 갖춘 여행 업체)의 도미토리방에 지친 몸을 뉘었습니다.
밤새 무더위와 씨름하다가(5인실에 선풍기만 2개있음) 소음과 햇빛 때문에 일어나(4,22) 밖으로 나오니 도시 특유의 부산함이 낮설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1박2일의 하롱베이 및 캣 바 국립공원 관광을(숙식포함 일체 18달러) 신청하고 버스에 타니 자리 가득 서양인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영화 인도차이나 촬영장소로도 알려진 곳이라 기대를 갖고 약 3시간후에 하롱시에 도착하니 멀리 바다의 계림이라 불리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하롱베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곳도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용에 얽힌 전설이 있었으며 선착장에서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과 용모양의 장식을 한 배를 타고 수많은 기이한 형태의 섬들 사이로 들어가니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또한 중간에 해산물을 실은 조그마한 배가 옆으로 따라 붙으며 갓 잡은 새우와 게등의 수산물을 팔고 있어 우리 일행 중의 한명이 새우를 몇마리 사서 그냥 날것으로 먹으니 주변의 서양인들이 특유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짖는데 단지 식습관의 차이로 생각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수많은 섬들중에는 석회석의 종유동굴도 있었으며 섬 사이의 바다가 잔잔한 곳에서는 닻을 내리고 수영과 다이빙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저녁무렵에 이곳 캣 바 국립 공원의 상업적 중심지 역할을 하는 섬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녁 식사후에는 바닷가에서 이곳 특유의 바구니배를 타기도 하고 시내를 둘러보았는데 한 나이트 클럽이라는 간판을 단곳에서는 이정현의 "와"등의 귀에 익숙한 노래가 계속 들려 말로만 듣던 한류(韓流)열풍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다음날(4.23)도 역시 아기자기한 섬들 사이로 수시로 변하는 주변 자연 풍광을 배의 지붕에 올라앉아 느긋이 감상하면서 하롱시를 거쳐 하노이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호안 키엠 호숫가에 위치한 극장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수상 인형극(Water Puppet)을 관람하였는데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세트의 정교함과 화려함 그리고 잘 어우러진 음악으로 저절로 박수가 터져 나올 정도였습니다.
라오카이 역전과 하노이행 기차안에서
분주한 하노이 시내의 모습
하이퐁항에서와 하롱베이에서의 즐거운 한때
돌아온 하노이에서 관람한 수상인형극
2002.4.24(수)
누적된 피로로 인해 늦게 일어나니 미리 예약한 하노이 시내 일일 투어시간이다. 가이드를 따라 여러 호수와 사원들 그리고 박물관과 호치민 묘소등을 둘러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 식민 시대의 건물들과 엄청난 크기의 가로수들, 우연히 들어가본 화랑에서의 그림들, 번잡한 시장의 모습, 소수 민족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 소수 민족 박물관, 호치민의 한문으로 된 편지와 삶의 궤적, 국자감(Quoc Tu Giam)으로 한역되는 베트남 최초의 대학등은 뭔지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으며 전체적으로 뿌리깊은 중국의 영향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제 하노이를 뒤로하고 약 700 킬로미터 남쪽의 고도 후에(Hue)로 일정을 잡고 버스를 타고 가는 일행들과 떨어져 기차를 타기 위하여 약간의 수수료를 주고 구입한 열차표를 들고 하노이 역으로 가서 21시 30분경에 출발하는 6인1실의 딱딱한 침대칸에 지친 몸을 뉘었습니다.(서로 장단점들이 있지만 보통 배낭 여행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야간이동을 즐겨하며 또한 야간 이동 수단이 많음)
호치민 기념관을 비릇한 하노이 시내의 이모 저모와 하노이
시내의 화랑에서 본 색다른 느낌의 그림들
하노이 역과 후에로 향하는 열차안에서
2002.4.25(목)
열차비에 포함된 것으로 추측되는 공짜 아침 도시락과 친절한 사람들과의 대화로 지루하지 않게 13시 30분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후에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신 카페로 가서 숙소를 정한 다음 무한정 늘이지 못하는 여행 일정을 탓하며 비가내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로 끄는 인력거(시클로)를 타고 옛 도읍을 둘러보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후에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구엔 왕조의 오랜 도읍지로써 우리의 경주와 같은 의미를 지닌 곳으로 학창 시절에 감명깊게 읽은 박영한씨의 "머나먼 쏭바강"이라는 소설에도 아름답게 묘사된 곳이어서 설레임으로 다가왔습니다. 씨클로를 타고 香江(Perfume River)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시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강을 건너서 둘러본 후에성은 가늘게 내리는 빗속에서 처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이곳 중부 베트남의 중심도시인 후에는 분단 시절에는 북위 17도선에 그어진 DMZ바로 아래에 위치해 상당한 격전이 치루어진 곳으로 당시의 폭격과 전투로 인해 후에성의 상당 부분이 폐허로 변해 잡초속에 묻혀 있었는데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중국에 뒤지지 않는 화려함과 정교함으로 과거의 영화로운 시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부터 그 유명한 아오자이를 입은 사람을 볼수 있었는데 그 옷이 생각보다는 불편하고 또한 북베트남에서는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입지않아 요즘은 학생들의 교복과 민속의상등의 제한된 용도로써만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흰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이 야자나무 아래로 무리지어 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 했습니다.
비내리는 후에성의 모습, 옛 영화의 허무함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케 하고...
'2002년 봄 중국 운남에서 방콕까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포이펫 국경을 지나 방콕 그리고 집으로 (0) | 2011.12.01 |
---|---|
5. 툰레삽 호수를 가로질러 앙코르 와트의 도시 시엠립까지 (0) | 2011.11.30 |
4. 나짱(나트랑)을 거쳐 호치민(사이공) 그리고 프놈펜까지 (0) | 2011.11.28 |
2. 루구호를 거쳐 쿤밍 그리고 허코우를 거쳐 사파까지 (0) | 2011.11.27 |
1. 쿤밍(昆明)에서 따리(大里)를 거쳐 리쟝(麗江)까지 (0) | 2011.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