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4(수) 맑고 강추위
지난밤 8시경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기에 새벽녘에 화장실 때문에 일어나 밖을 살펴보니 눈이 그쳐있어 내일을 기대하며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6시 반경에 일어나니 예상대로 엄청난 바람과 그로 인한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일단은 일출 직전 붉게 변해가는 산상의 모습들을 감상하며 취사장에서 아침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직원분이 아직은 탐방로 통제가 유효한 상황이라고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였으나 세상사는 변하는 법이라 일단은 9시경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고 대피소 안밖을 서성이며 일출과 얼어붙은 산상의 모습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그리고 9시 경이되어 다행히도 탐방로 통제가 풀렸으나 엄청난 바람과 그로 인한 영하 30도 가까운 체감온도로 인하여 일부 사람들은 죽령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도 망설이고 있어 나 혼자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단단히 준비를 한 후 제일 먼서 대피소를 나서 사오십 센티 깊이의 신설을 러쎌하며 천문대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천문대가 있어 바닥이 시멘트 포장도로이고 경사도가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천지에 펼쳐진 은백의 신세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예상보다는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고 시간당 약 2 킬로 정도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진행 방향 뒤로는 제2연화봉의 대피소와 강우 레이더 돔을 그리고 정면으로는 천문대와 흰 눈으로 뒤덮여 있는 비로봉 능선을 바라보며 나아가 출발한 지 약 한 시간 반 만에 천문대를 지나고 이어서 일차적으로 비로봉과 연화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두 번째로 비로봉과 연화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부터 비로봉까지의 거리는 4.2 킬로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비로봉 쪽으로 진행하자마자 등산로는 많은 눈으로 인하여 식별이 잘 안될 뿐만 아니라 눈의 깊이도 군데군데 허벅지까지 올라와 혼자서 러쎌을 하면서 간다면 시간당 1킬로의 속도도 안 나올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처음 계획하였던 비로봉을 거쳐 천동 쪽으로의 하산은 거의 불가능하게 생각되어 조금 기다리면서 혹시나 뒤에 다른 사람이 오는지 지켜보았으나 결국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여 굉장히 아쉽지만 뒤돌아서기로 결정하고 생각해본 결과 왔던 길을 되돌아 죽령으로의 하산은 너무 의미 없이 생각되어 거의 이십여 년 만에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 쪽으로 하산키로 생각하고 연화봉을 올라 마지막으로 시원하고 장쾌한 360도의 백색 파노라마 풍광을 감상 후 희방사 쪽으로의 급경사길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헌데 이곳도 일부 구간은 적설이 대단하여 트레일이 희미할 뿐만 아니라 러쎌이 필요하나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라 그렇게 힘들지는 않게 하산을 하다가 중간에 한 군데 유일하게 제2연화봉이 조망되는 쉼터에서는 잠시 따뜻한 물과 간식을 하면서 휴식을 하였다.
이후에는 힘을 내어 일사천리로 역시나 비슷한 조건의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 깔딱 고개를 지나고 다시 급경사의 내리막을 거쳐 흰 눈과 적막감으로 뒤덮인 희방사를 지나 희방폭포에 이르러 부근의 벤치에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 후 내쳐 차량 도로를 따라 오후 2시 반경 풍기와 단양을 잇는 5번 국도변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산행을 끝내었는데 결국은 종일 한 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못하는 외로운 산행이 되고 말았다.
아이젠과 스패츠 등의 장비와 복장들을 정리하고 이제는 서울 집으로 가기 위하여 검색해본 결과 풍기에서 15:37분 출발의 기차를 타는 것이 최선으로 판단되어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지나가던 분의 호의로 차량을 얻어 탈 수 있어 새로 지었으나 아직 마무리가 덜된 풍기역까지 편하게 가서 생각해둔 기차에 오르니 지난 이틀간이 꿈처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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