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0년

겨울 덕유산 종주(2)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0. 2. 29. 09:19

2020.2.24(월) 맑음

밤에 화장실을 가기위해 밖으로 나와서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하지만 휴대폰으로는 담을 수 없어 아쉬웠고 이른 새벽 5시경 일어나니 대피소에서 함께 하였던 십수명의 사람들도 모두들 일어나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간단히 미역국과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하고 떡과 간식 그리고 물을 단단히 챙기고 무룡산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서둘렀으나 출발하면서 보니 시계는 이미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덕유산쪽으로 가는것 같아 혼자서 기분좋게 새벽 찬공기를 맞으며 걸음을 재촉하였으나 등산로가 눈과 얼음으로 덮혀 그렇게 마음만큼 속도가 나지 않아 결국은 07:18분인 일출시간에 무룡산 정상  조금 못미친 능선상에서 일출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으나 실로 오랜만에 덕유산 능선에서의 일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후 준비해간 떡과 쵸코파이 등등의 간식으로 중간중간 배를 달래며 동엽령과 백두대간으로 갈라지는 백암봉 그리고 중봉을 거쳐 향적봉으로 향하는데 중봉쯤 다다르니 향적봉쪽에서 오는 산객들이 몇 사람 보이고 있었다.

또한 뉴스에서는 어제 오후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었고 따라서 오늘부터 모든 국립공원 대피소가 임시 폐쇄된다고 하니 나는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중봉에서부터는 최근에도 두차례 와본 곳이고 길도 평탄하여 걸음을 서둘러 삿갓재 대피소를 떠난지 약 6시간이 지난 정오경 향적봉에 도착하고 이후 일사천리로 백련사를 거쳐 구천동 계곡으로 내려오니 구천동 계곡쪽은 백련사 위쪽과는 판이하게 눈도 전혀 없고 날씨도 따뜻하고 따라서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빛깔이 완연하게 봄이 오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으나 내 마음속에는 왕소군의 마음처럼 "春來不似春"이라는 생각만이 스쳐 지나가는데 이는 작금의 여러 상황들과 겹쳐 모든 이들도 같으리라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왔다.

허나 이 또한 삶의 한 부분이고 우리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오후 3:20분 출발의 대전행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걸음을 서둘렀다.


                       

                                      여명이 밝아오는 무룡산과 남덕유산쪽












                                                                 무룡산까지








                                                          동엽령까지




                                                                백암봉까지




                                                                  중봉까지







                                                                 향적봉까지




                                                   백련사까지




                                                   봄색깔이 완연한 구천동 계곡


                                         무룡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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