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야기/2024년
겨울 양평 용문사와 상원사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4. 12. 31. 22:12
2024.12.31(화) 맑고 추운 겨울 날씨
전 세계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들이 많았던 그야말로 말 그대로 多事多難하였던 2024년이 속절없이 흘러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2025년 새해에도 현재 진행형인 다방면의 어려움은 오히려 더 힐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이 가슴을 기득 채우고 있어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전철을 이용하여 경의중앙선 용문역에 내리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곳 용문사에 마지막으로 온 것도 기억상으로는 벌써 십여 년이나 지나 새삼 시간이 참으로 빠르다는 생각과 더불어 우리 모두 언젠가는 이같이 빠른 시간의 수레바퀴에 깔려 사라질 존재라는 생각도 들며 가슴이 서늘해져 왔다.
찬바람이 부는 용문역 광장의 버스 정류장 부스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10시 35분경 용문사행 버스를 타고 11시가 채 못된 시각 용문사 주차장에 내려 시리도록 청명하나 차가운 겨울 날씨아래 군데군데 응달에는 눈이 쌓인 길을 따라 11시 반경 용문사에 당도하여 예의 그 유명한 은행나무와 겨울산사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원래는 다시 용문역으로 돌아가려 생각하였으나 용문산 등산 안내도를 보는 순간 갑자기 충동적으로 용문산 정상을 가지는 않더라도 한적한 산길을 걸어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상원사를 들렸다가 연수리를 거쳐 용문역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산길에 접어들었다.
살짝 눈이 쌓여있어 군데군데 약간은 미끄럽기도 한 등산로를 따르는데 오늘은 등산을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기에 등산화나 스틱등도 준비하지 않아 등산로변의 꺾어진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지팡이 삼고 조심하여 용문산의 남쪽 중턱을 따라 작은 지능선들을 오르내리며 상원사를 향하다가 정오가 지난 시각쯤에는 양지바른 능선상의 쉼터에서 혹시나 하며 준비해 온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산죽과 군데군데 눈이 살짝 덮힌 아기자기한 등산로를 따라 작은 계곡들과 능선들을 지나 오후 1시 반경 상당한 탐방객들이 보이던 용문사에 비하여 적막감마저 감도는 상원사에 당도하여 세조대왕이 이곳에서 관음보살의 현신을 알현하였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들은 후 포장도로를 따라 연수리의 버스 정류장으로 하산을 완료하니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이 되었다.
용문산의 멋진 주능선과 뾰족한 백운봉이 뒷배경을 이루는 남향의 연수리 마을을 들러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3시 15분경 버스를 타고 용문역 입구에 내려 근처의 나름 유명하다는 착한 "용문 칼국수"에서 뜨끈한 칼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용문역에서 전철에 올랐는데 괜찮은 맛으로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