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요란하였던 날씨도 아침이 밝아오면서 서서히 평온을 되찾고 있으나 이번에는 강풍특보가 내릴 정도로 바람이 강하여 햇반을 데워 남은 반찬으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사이트를 철수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10시가 넘어서야 야영장을 떠나 84코스의 출발점인 도암 농협에 차량을 주차하고 시그널과 앱을 참고로 바닷가 쪽으로 항촌마을과 신기마을을 거쳐 84코스를 이어나가 정오가 가까워오는 시각 다시 강진만 서쪽의 해안도로로 나오게 되었다.
이후에는 줄곧 강진만을 좌측에 두고 강한 바닷바람을 헤치고 남쪽으로 나아가는 나름 거친 느낌의 걷기가 되었지만 이런 예상하지 못하였던 변화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또한 좌측으로 보이는 강진만 가운데 떠있는 듯한 가우도와 건너편의 풍광들은 수일전부터 지나온 지난 걸음걸이를 떠올리게 하였고 우측으로도 간척지 건너 보이는 해남 두륜산에서 강진 주작산과 덕룡산을 거쳐 만덕산에 이르는 산줄기의 모습도 조국 산천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남으로 내려가 84코스의 종점에 다가갈수록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완도와 해남 두륜산의 모습에서는 다음에 다가올 코스에 대하여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였으며 오후 2시경 도착한 84코스의 종점인 사내 방조제의 북측 교차로에서는 이번 3박 4일의 여정을 처음 시작한 강진만 건너의 마량항과 고금대교가 빤히 건너다 보이기도 하였다.
84코스를 끝내고 잠시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보니 85코스를 이어 걷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라고 판단되어 이번 일정은 여기에서 끝내고 약 1킬로 정도 떨어진 사초마을로 가서 오후 2시 30분에 강진읍을 출발하여 오후 3시경에 이곳에 도착하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차량회수를 위하여 도암 농협으로 가기로 결심하였다.
약 15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사초마을은 남으로는 완도가 서로는 두륜산의 거대한 자태가 돋보이는 아담히고 정겨운 느낌의 마을이었는데 당연히 식당은 없고 마침 버스정류장에 따뜻한 난방이 되는 의자도 있어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컵라면 등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이후 예상대로 도착한 버스를 타고 오후 3시 반경 도암 농협에 도착하여 차량을 회수하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은 상태이나 경험상으로 일요일 귀경 시 수도권 교통정체를 피하기 위하여 마침 도암면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이곳 출신 드로잉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강진읍의 강진 아트홀에 들려 두 개의 전시회를 구경한 후 일요일 버스전용차로제가 풀리는 시간인 오후 9시를 감안하여 오후 5시경 강진읍을 출발을 하였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집어 저녁노을에 물드는 월출산과 무등산을 지나 호남고속도로 그리고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집으로 향하는데 예상대로 교통정체를 피할 수 있어 밤 10시경 무사히 집에 도착함으로써 이번 일정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