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남파랑길(완주)
남파랑길 82코스(강진 가우도 입구에서 구 목리교까지)
獨立不懼 遁世無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2024. 12. 24. 17:05
2024.12.20(금) 잔뜩 흐리고 을씨년스러운 날씨
쿠파 쉘터의 암막 기능이 워낙에 좋고 야영장이 너무나 조용하여 비교적 잘 자고 아침 7시경에 일어나니 크게 식욕이 없어 계란을 푼 라면으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커피 한잔을 한 후 배낭을 챙겨 오늘 걷고자 하는 남파랑길 82코스의 종점인 강진읍내의 구 목리교 부근의 목리입구 버스정류장에서 10시 정각 강진 버스터미널 출발의 가우도 입구행 농어촌 버스를 타기로 계획하고 9시가 넘은 시각 야영장을 떠났다.
9시 40분경 구 목리교에 도착하여 지척의 강진교회에 차량을 주차하고 근처의 목리입구 버스정류장에서 10시 5분 전후로 오리라 예상되는 농어촌버스를 기다리다가 멀리서 일차선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버스를 보고 열심히 손을 흔들었으나 카카오맵에는 분명히 표기된 이곳 버스정류장이 없어진 건지 아니면 버스기사가 무심한 건지 버스는 야속하게도 지나쳐 가버렸다.
하여 잠시 생각해본 결과 오늘도 어차피 한 코스만 걸을 예정이기에 시간적으로는 괜찮으니 다음의 11시발 버스는 확실히 하기 위하여 아예 강진 버스터미널에서 타기로 하고 천천히 약 1.5 킬로의 거리를 걸어 강진읍 중심부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지난달에 들렸던 곳이라 반갑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다음을 위하여 농어촌 버스시간표도 다시 확인하며 잠시 기다리다가 11시 출발의 버스를 타고 상저마을 정류장에 내려 가우도입구 82코스의 출발점에 서니 11시 반경이 되었고 이어서 바로 북으로 해안을 따라 출발하여 작은 야산을 넘다가 중간의 훌륭한 전망대에서는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이후 세심정이란 정자를 지나고 옹기로 유명한 봉황마을을 거쳐 방조제 둑길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해안을 따르는데 비록 날씨는 좋지 않지만 잔잔한 강진만에 노니는 겨울 철새들과 강진만 건너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고 있는 만덕산의 자태와 강진만에 어린 만덕산의 반영이 꽤 멋져 보였다.
오후 1시경 적막한 방조제의 한곳에서 만덕산을 바라보며 준비해 간 컵라면과 간식으로 점심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이어 산모퉁이를 돌자 강진읍이 빤히 보이며 엄청난 길이의 방조제가 일직선으로 펼쳐지는데 좌측의 강진만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여러 가지 소리와 행동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먹이활동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생명체의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강진만 생태의 중요한 부분인 갈대밭 지역에 들어섰으나 고병원성 조류인프루엔자 예방을 위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갈대밭을 통과하는 남파랑길 원래의 트레일을 따르지 못하고 위험한 차도로 돌아가는 고생도 감수하여야만 하였다.
하지만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만덕산 너머로 속절없이 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무사히 구 목리교에 이르러 82코스를 마치고 바로 옆의 고마운 강진교회에 주차해 둔 차량으로 야영장으로 돌아왔는데 어제 마신 막걸리 때문인지 속이 그다지 편하지 못하여 저녁에는 반주 없이 와이프가 만들어 준 수제 진짜 한우 곰탕으로 저녁을 하고 역시나 오늘도 아무도 없는 야영장에서 적막함과 고립을 즐기며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