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정치와 정치인들을 싫어하지만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조국의 정치 상황은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분노와 자포자기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참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심정이다.
거기에 더하여 날씨마저 을씨년스러워 우울함을 더하니 종일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기에는 답답하여 오랜만에 기차 여행으로 충남 예산읍의 동쪽에 위치한 작은 다섯 개의 산들을 오르고자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부랴부랴 기차표를 예매하는 등 준비를 하여 용산역에서 10:33분 발의 장항선 무궁화호 열차에 오르니 장항선 열차는 실로 수십 년 만인 것 같아 감개가 무량하였다.
완행열차가 주는 무언가 모를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며 약 2시간여를 달려 그동안 많이 지나치기만 하였던 예산역에 도착한 후 지도와 선답자들의 기록을 참고로 하여 읍 시가지의 동쪽에 위치한 다섯 개의 산들 중 첫 번째 산인 금오산의 들머리인 예산군 문예회관을 향하였는데 조금 빨리 가려다가 약간의 착오를 겪고 들머리에 도착 후 한적한 급경사의 트레일을 따라 예산읍 전경을 내려다보며 금오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역에서 출발한지 약 한 시간 만인 오후 1시 반경 금오산 정상에 이르고 이어서 능선을 따라 두 번째 봉우리인 관모산에 오르니 멀리 읍시가지 너머 남서쪽으로는 예산의 진산격인 봉수산과 그 아래의 예당저수지가 짧은 겨울 햇빛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후 부근의 양지바른 곳에서 준비해간 컵라면과 토스트 그리고 후식으로 인스턴트커피 한잔을 하고 다시 길을 이어 오후 3시경 주능선에서용굴산(봉)을 왕복하고 이어서 오후 3시 반경 토성산을 지나 오후 4시경 마지막 봉우리인 안락산을 왕복한 후 하산을 서둘러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예산 향교 쪽으로 하산을 하니 짧은 겨울해는 어느덧 붉은 노을을 남기며 예산읍 시가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향교 앞에서 몸과 채비를 정비한 후 겨울 어둠에 쌓인 한적한시가지를 천천히 걸어 예산역으로 돌아와 저녁 6:48분 출발의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으니 차창에는 한 늙은 사내의 초췌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