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송쿨 호수를 향하여
2014.8.22(금) 맑음
비자때문에 마음이 조급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취사 후 배낭을 챙겨 산장을 나서니 오고가는 차량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걸어서 내려가다가 지나가는 차량을 두사람 600솜에 협상하여 타지키스탄 대사관에 오전 10시경에 도착하였다.
비자를 취급하는 작은 민원실같은 방으로 가니 우리보다 몇 사람이 먼저 와 있었는데 그들의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아 지난 월요일 비자 신청을 한 대사관 직원에게 얘기하니 그동안 또 다른 상황 변화가 있었는 즉 본국 외무부의 긴급 지시로 9월 15일까지 모든 관광 비자가 중단된다면서 여권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순간 낭패감에 눈앞이 깜깜해지며 그동안 타지키스탄의 판 산맥(Fan Mountains)과 파미르(Pamir) 트레킹을 준비하고 기대했던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는 지라 이유라도 알려고 물어보니 9월 중순에 수도 두샨베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중앙 아시아의 대통령들이 모이는 정치 행사 때문이라고 얘기 하며 다시 한번 부탁해 보아도 단호하게 노라고 얘기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돌아서서 나오면서 벽면에 붙어있는 타지키스탄의 관광 안내 포스터 사진과 자국 대통령의 동정에 대한 대형 사진들을
보는데 다시 한번 아쉬움이 밀려들고 또한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 후 한번도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니 내부적으로 정치적인 자신감이 결여되어 어쩌면 좋은 기회인 국제적인 정치 행사를 국가 발전의 기회로 삼기 보다는 무언가 두려움 때문에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것이 안타깝게도 느껴졌다.
일행분과 같이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해 본 결과 우리가 시간에 억메인 상황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9월 15일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번에는 아쉽지만 타지키스탄은 깨끗이 포기하고 이곳 키르키즈스탄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인 송쿨(Song-Kul) 호수를 들렸다가 남쪽의 오쉬(Osh)쪽으로 가서 타지키스탄 파미르보다는 규모나 크기가 못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키르키즈스탄 파미르의 레닌 봉(Peak Lenin,구 소련 해체 후 다시 Kohi Garmo 봉으로 변경해발 7,134 미터)을 트레킹 후 계획대로 천산 산맥의 이르케스탐 고개(Irkeshtam pass)를 넘어 중국 신쟝성의 고도 카쉬카르(Kashkar,중국명 카스)로 넘어가기로 하였다.
우선 츄이 거리의 여행사로 가서 10% 손해를 보고 비행기표를 환불 받은 후 장거리 버스 터미날을 가니 마침 코치코르(Kochkor)를 지나 송쿨 호수의 북쪽을 거쳐 중부 키르키즈스탄의 차엨(Chaek)으로 향하는 미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일인 300 솜에 표를 사고 부근의 노점에서 빵과 만티라 불리는 만두의 일종 그리고 크바스라는 과일 주스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사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코치코르와 차엨이라는 작은 도시 사이에 있는 키자트(Kyzart)라는 작은 마을로 이곳이 대중 교통으로 송쿨 호수에 접근 할 수 있는 최단거리라 이곳을 목표로 하였는데 이곳도 실은 송쿨 호수에서는 직선 거리로도 약 15 킬로 정도 떨어져 있고 또한 사이에는 3천 미터대의 산과 고개가 있는 곳이다.
바닥에 까지 사람들이 가득찬 미니 버스는 코치코르를 지나고 광활한 초원지대와 한 군데의 높은 고개를 지난 뒤 약 5시간 뒤에 우리를 키자트라 불리는 작은 마을 어귀에 내려놓고는 먼지 바람을 뒤로 하고 떠났다.
한적하고 낮선 거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이 지역에서 활성화 되어있다는 CBT(Community Based Tourism) 사무실의 이정표가 보여 그곳에 가는 도중에 어느집 앞에서 대여섯살쯤의 사내아이 둘을 거느린 선한 인상의 젊은 아낙이 자기집도 홈 스테이를 한다며 머물것을 권유하는데 너무 친절하고 가격도 적당하여 이곳에서 머물기로 결정하고 배낭을 내렸다.
이미 저녁 인지라 차와 송쿨 호수에서 잡은 생선을 포함한 현지식 저녁 식사 그리고 간식등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큰길가에 위치한 물 펌프에서 시원한 물로 씻은 후 나름 신경을 많이 쓴 깨끗한 방에서 오늘 하루도 이런 저런 일들로 지친 몸을 뉘었다.
장거리 버스 터미날에서 차엨가는 버스를 타기잔에 크바스라는 일종의 과일 주스도 맛보고
코치코르에 이르기까지
코치코르를 지나 오늘의 목표지인 키자트에 다달아 식사 후 지친 몸을 쉬기까지
2014.8.23(토) 맑음
지난 밤에 정신없이 곯아 떨어져 오랜만에 푹 자고 느즈막히 일어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미라"라는 이름의 안주인이 정성껏 차려준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늘 하루는 빨래 등등의 개인적인 정비와 휴식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하였다.
아침 식사 후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여 말려놓고 마을을 둘러보았는데 마을은 넓직한 산 기슭에 집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고 주민 대부분은 농사와 가축을 기르면서 생활하는것 같았으며 마을에 작은 가게는 두세군데 보이나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나름 오지 여행 경험에서 늘 받기만 한것 같아서 특히 아이들을 위해 내 DSLR 카메라를 포기하면서 까지 무게와 부피의 압박을 무릅쓰고 즉석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100장 정도의 필름을 준비했는데 오후에는 민박집 아이들을 포함한 동네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진도 찍어주며 같이 즐겁게 지냈다.
이후에는 미라와 얘기하여 내일 미라의 남편을 가이드로 하고 말 한필을 빌려 짐을 싣고 송쿨 호수까지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호수에서의 숙식은 미라네 시댁 가족들이 운영하는 유르트에 머물기로 하였다.
헌데 오후 늦게 홀로 이집에 투숙한 당찬 인상의 "마리"란 이름의 프랑스 아가씨가 내일 같이 가기를 원하여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하였는데 고마워 하였다.
비용은 가이드 비용이 500솜 말 한필 대여 비용이 500솜이고 이집의 숙박비가 1인당 아침 포함 500솜에 다른 끼니는 각 100솜으로 비싼편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일단 내일 짐을 모두 챙겨 송쿨 호수를 가보고 상황이 허락하면 키르키즈스탄의 중부 산악 지방을 가로 질러 다음 목적지인 남부의 중심 도시이자 키르키즈스탄 제 2의 도시로 고대 실크로드상의 거점 도시이기도 하였던 오쉬(Osh)로 가기로 일행 분과 의논하여 결정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하루 마을도 둘러 보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어주며